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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주박물관 에도시대 이시카와 문화전/ 日 평화와 번영의 시대…생생한 자취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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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주박물관 에도시대 이시카와 문화전/ 日 평화와 번영의 시대…생생한 자취속으로

입력
2011.10.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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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이 끝나고 4년 뒤인 1603년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전국을 통일하고 에도(江戶)시대를 연다. 1867년 메이지유신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에도시대 250여년은 일본 역사상 유례없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였다. 당시 가가번(지금의 이시카와현)은 막부 휘하 최대 영지를 가진 번으로서 수도인 에도(도쿄) 다음 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가 만개했다.

이시카와는 전쟁과 재난의 피해에서 벗어나 에도시대 문화를 가장 잘 간직한 곳이다. 찻잔을 나르는 인형, 공중 제비돌기로 계단을 내려가는 인형 등 ‘가라쿠리’라고 부르는 정교한 기계장치들이 에도시대 이 지역에서 제작됐다. 특히 이시카와의 중심인 가나자와는 공예의 도시로 유명하다. 일본 내 금박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최고 수준의 금박공예를 비롯해 옻칠공예, 염색공예인 가가유젠(加賀友禪)이 발달해 일본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 에도시대를 조명하는 특별전 ‘평화와 번영_에도시대 이시카와 문화전’이 18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개막한다. 국립전주박물관과 이시카와현립역사박물관의 교류 20주년 기념전이다.

전시는 에도시대의 이시카와를 사회와 정치, 문화와 교류, 미의식, 축제와 행락의 네 부분으로 나눠 보여준다. 당시 삶을 보여주는 풍속도를 비롯한 그림, 갑옷과 칼, 공예품, 생활용품을 비롯해 과학기술, 조선과 교류한 자취가 담긴 유물까지 두루 볼 수 있다.

당시 가나자와 성 사람들의 생활상을 묘사한 대형 그림 병풍, 에도로 가는 가가번 번주의 뜨르르한 행렬도, 광산마을의 활기 넘치는 풍속화 등에 오글다글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과 차림새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 찬찬히 살펴보면 아주 재미있다. 대형 공연장의 내부 구조와 풍경을 그대로 복원해도 될 만큼 상세히 기록한 그림, 가부키 인기 배우들의 얼굴 그림 카드, 짧은 시와 그림으로 덕담을 나누는 연하장 등에서는 삶의 냄새가 묻어난다.

17자의 짧은 정형시인 하이카이(俳諧)를 묘사한 그림 병풍은 ‘딸이 예뻐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둬야겠다’거나 ‘물고기가 들어간 죽만 먹어서 질렸다’ ‘오동나무 가지에 차가운 달이 뜬다’ 같은 시구가 한 폭에 3수씩 그림과 짝을 이룬다.

에도시대의 미의식은 각종 공예품과 그림으로 느낄 수 있다. 옻칠한 함, 아름다운 문양을 상감한 금속공예품, 화려하게 수를 놓고 염색한 옷, 당대 유명 화가들의 그림 등이 눈길을 끈다.

에도시대 이시카와의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인물은 오노 벤키치((1801~1870)이다. 그가 제작한 전기발생기, 꺼지지 않는 등, 만보계를 비롯한 각종 기계장치, 그가 쓴 일본 최초의 화학책 <잇토시궁록> 등을 볼 수 있다.

이시카와에는 일본의 3대 영산으로 꼽히는 하쿠산(白山)이 있다. 예부터 참배객이 끊이지 않았던 신령한 산이다. 이 산의 신들을 묘사한 그림들이 전시에 나와 있다. 시장의 가게에 내걸고 촛불을 밝혀 환하게 빛나던 대형 등 그림, 정월이면 집집마다 나무로 집 모형을 만들어 모시던 덴진도(天神堂), 축제에 쓰던 대형 사자탈 등 세시 풍속과 저잣거리 풍경을 보여주는 유물도 많이 볼 수 있다.

모처럼 에도시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라, 한일 양국의 문화와 미감의 차이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전주=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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