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 현대IHL은 지난해 같은 계열사 현대모비스에 2,000억원어치 차량 헤드라이트 등 조명장치를 납품했다. 현대모비스는 6조5,000억원어치의 자동차 부품을 모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팔았다. 현대IHL과 현대모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87.6%, 48.9%에 달했다. SK해운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원유 수송대금 5,000억원을 받았고, SK이노베이션은 원유를 가공해 SK네트웍스에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6조1,000억원어치를 납품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43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해 내부거래 실적이 전무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일감 몰아주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들이 최근 동반성장 행사를 잇따라 여는 등 겉으론 요란을 떨었지만, 실은 중소 납품업체와의 상생은 팽개친 채 총수 일가 및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으로 높으면서 내부거래 비중도 30%를 넘는 이른바 '30ㆍ30클럽' 업체가 70여 개나 된다. 주로 시스템 통합관리(SIㆍ10개)와 부동산(9개) 등 다수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총수 일가의 돈벌이가 비교적 손쉬운 사업서비스 분야에 집중됐다.
실제 SI 업체인 GS그룹 계열 GS ITM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93.3%에 달하고 내부거래 비중도 80.77%로 높았다. 건물관리업체인 CJ 계열 C&I레저산업은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97.09%에 달했다. 현대차 계열 광고업체 이노션도 총수 일가가 지분 전체를 갖고 있으면서 내부거래로 연 매출의 절반(47.72%)을 채웠다. 이밖에 외식사업 등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와 현대그린푸드, 지주회사인 GS와 코오롱, 비주거용 건물을 짓는 현대차 계열 현대엠코 등도 30ㆍ3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는 이들 30ㆍ30클럽을 중심으로 업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과 내부거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집단의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공정거래를 깨뜨릴 수 있는 불법적인 부분이 발견되면 바로 조사에 착수,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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