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해 도성을 쌓은 지 600여 년, 서울의 성곽은 곧 서울 역사의 증인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열고 있는 기획전 '서울, 도성을 품다'에서 성곽도시 옛 서울의 역사와 최근의 도성 발굴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도성의 탄생과 운영, 훼손과 수난, 복원과 발굴을 차례로 소개한 다음 오늘의 삶과 여가에 서울 성곽이 갖는 의미를 짚는 순서로 전시를 구성했다.
태조는 전국에서 11만 8,000여 명을 동원해 서울 도성을 쌓았다. 당시 한양 인구는 약 5만. 이후 세종, 숙종 때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공사가 '어느 부서 무슨 직위의 아무개가 어느 구간 공사를 감독했다''석공 아무개'식으로 성돌에 공사 담당자의 이름을 새긴 '공사실명제'였다는 점이다. 공사실명제는 신라의 경주 남산 축성비에서도 확인될 만큼 뿌리가 깊다.
서울 성곽은 일제강점기에 크게 훼손됐다. 성벽을 헐고 성문을 없애는 등 당시의 수난을 옛 사진과 유물, 자료들로 보여준다. 해방 후에도 수난은 이어졌다. 서울시가 끊어진 성곽 길을 2014년까지 모두 잇기로 하는 등 원형을 되살리려고 애쓴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전시에서는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 남대문 밖 연못 남지에 묻었던 용머리 청동거북,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 중 확인한 조선시대 수문(水門) 유물, 남산의 백범광장 부지 출토 유물 등도 만날 수 있다. 약 100년 전 남대문 근처의 복잡한 약도를 설명한 편지 등 삶의 냄새가 훅 끼치는 전시물도 있다. 서울에 와 있던 아버지가 시골 사는 아들에게 찾아오라고 보낸 편지인데, 그 아들 한참 헤맸겠다 싶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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