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은 동반자가 돼야 하고, 시장에선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16일 오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초대로 1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리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 창업주의 추도식에 참석차,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듯 "팀 쿡과 만나게 되겠지만, 일 때문에 가는 것은 아니다"며 "개인적인 친구로 가는 것이고 이번 추도식에는 회사 손님보다는 친구 위주로 부른 것으로 안다"며 비즈니스와 관련된 선은 분명히 그었다. 이번 추도식 후, 예상된 양 사의 최고경영진의 만남을 두고 업계에선 '애플과 삼성전자가 타협점을 찾는 것 아니냐' 등 여러 추측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추도식은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이 설립한 자선단체 '에머슨 컬릭티브'에서 주관해 초청자를 선정하고 참석 여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추도식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과 세계 정보기술(IT) 산업 주요인사, 잡스의 지인만 초청됐다.
이 사장은 잡스가 살아있을 때 여러 번 만났고, 이런 친분 때문에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잡스는)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었지만 한번 믿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며 "까다로운 고객이자, 경쟁자이지만 어느 새 정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이어 "제가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는 제일 먼저 전화해 위로해 주기도 했다"며 "2005년 큰 거래가 있었는데, (그 때는) 집에서 저녁을 함께 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이 사장의 이 같은 발언에도 팀 쿡 CEO와 이 사장의 만남 여하에 따라선 양 사의 향후 특허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자리가 자리인 만큼 깊숙한 대화가 오가기는 어렵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최근의 양사간 기류에 대해 얘기는 나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회동을 계기로 양측의 화해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삼성 측에선 "기존 방침에 변화는 없다"며 성급한 해석에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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