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합의해 수사권 관련 시행령(대통령령)을 마련하기로 한 시한(올 12월말)이 2개월 정도 남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낸 초안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어 절충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벌써 대통령령 연내 마련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검찰 경찰 등에 따르면 검ㆍ경 양측은 총리실에 각각 제출한 초안 문서의 제목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무부의 초안 제목은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등에 대한 규정’이다. 지난 6월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 당시 협의 대상이 ‘검사의 수사지휘’로 한정됐지만 검찰이 ‘등’을 넣어 ‘경찰의 복무 신조’까지 포함시킨 초안을 작성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 초안 제목은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3항의 수사지휘엔 관한 시행령(안)’이다.
경찰은 검찰 초안이 다방면에 걸쳐 자신들의 수사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검찰 초안에 담긴 ‘사법경찰관이 아닌 국가경찰공무원은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대표적인 예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경찰공무원은 치안감 이상인 경찰청장, 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수사국장 등을 말하는데 조직 내 직원에 대한 지휘를 막은 것은 조직의 존립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의 수사지휘 시점도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범죄혐의 확인을 위한 참고인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한 계좌추적 등 기존 내사 단계서부터 지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경찰은 종전의 내사 범위대로 ▦범죄혐의 확인 뒤 범죄인지서를 작성하거나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사건을 입력(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한 때부터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내사도 수사에 포함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는 입장이나, 경찰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내사는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청와대와 전 법무부장관도 인정했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대해 서면 지휘를 기본으로 하되, 때에 따라 구두 지휘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긴급한 경우 먼저 구두로 지휘해도 사후에 반드시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잘못됐을 경우 검찰이 경찰 탓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책임 소재를 정확히 가리기 위해서라도 서면지휘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휘를 일일이 문서로 할 경우 효율적인 수사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검ㆍ경은 모두 공식적으론 “상대의 초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않겠다”며 확전을 피하고 있지만 속으론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 결국 총리실과 청와대의 중재, 국회 및 국민 여론이 상황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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