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조종 경력을 허위로 꾸며 항공사에 입사한 조종사가 대형 참사를 일으킬 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베트남항공 한국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인 조종사 김모(35)씨는 지난 4월 베트남항공 소속 A320(170석 규모) 여객기에 신혼부부 등 한국인 160여명을 태운 뒤 호치민을 출발, 5시간 만에 김해공항 상공에 도착해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항공기는 활주로를 앞에 두고 갈지(之)자 비행을 하는가 싶더니 기체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급기야 활주로 상공을 벗어났다 재착륙 시도 끝에 안착했다. 한 전직 조종사는 “그 같은 경우 즉각 고도를 높여 관제탑 지시를 다시 받아야 한다”며 “승객들의 공포가 대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후 항공사측이 김씨의 경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 입사 당시 제출한 ‘A320 여객기 680시간 운행’ 경력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사 관계자는 “김씨의 전 직장에 확인한 결과 비슷한 크기인 보잉사의 B733기는 100시간 가량 조종했지만 A320기는 단 1시간도 조종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백을 증명할 자료를 갖고 오겠다며 지난달 초 회사를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베트남 경찰이나 해당 항공사로부터 아직까지 수사 요청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객기는 기종별로 조종법에 차이가 있어 대체로 기종별로 조종사를 채용한다”며 “A320기의 경우 조종사가 드물어 B733기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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