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정신질환, 그리고 자살.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출신 후기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삶은 어두움으로 가득했다. 평생 가난과 고독을 벗하며 발작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37세를 일기로 생을 마친 그의 삶은 마지막까지 비극적이었다. 1890년 7월 27일 자신의 심장을 향해 리볼버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그는, 이틀 뒤 동생 테오가 지켜보는 가운데 프랑스 오베르 쉬르 와즈의 허름한 다락방에서 숨을 거뒀다.
동기는 불분명하지만 불운의 화가 고흐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5일(현지시간) "'고흐의 사망 원인은 자살이 아닌 총기사고'라는 주장을 담은 책 가 다음 주 출간된다"고 보도했다.
공동 저자인 스티븐 네이퍼와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는 책에서 "고흐가 스스로 총을 쏜 게 아니라 오베르 현지 소년 2명 등 제3자가 개입된 총기사고였다는 새로운 증거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출간 전까지 책의 내용이 엠바고(보도유예) 상태라 고흐의 사망원인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 저자는 책에서 고흐의 유작은 '까마귀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rows)이라는 학설에도 이견을 제기했다.
책 출간을 위해 10년간 고흐에 관한 자료를 모은 네이퍼와 스미스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고흐의 편지들과 새로운 사진들도 그의 가족들로부터 입수해 책에 담았다. 책 출간 소식을 알린 미국 CBS방송은 "미술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를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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