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구절처럼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는 197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한 부서인 여자프로부로 출발했다. 당시 8명이 프로테스트를 통과해 선수로 등록한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선수권에서 한명현(57)이 우승을 차지하며 첫 출발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88년 KPGA에서 분리, KLPGA 협회를 창립하면서다. KLPGA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1950년에 출범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38년이나 늦게 출발했다.
구옥희 첫 우승
하지만 한국여자골프는 강했다. 구옥희(55)를 시작으로 박세리(34ㆍKDB산은금융그룹), 신지애(23ㆍ미래에셋), 최나연(24ㆍSK텔레콤) 등이 한국여자골프의 계보를 이어가며 23년 만에 LPGA 통산 100승을 달성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1980년 열린 국내 5개 대회 모두 우승하는 등 1979년 10월부터 1981년 6월까지 국내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살아있는 전설' 구옥희는 1988년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문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에서 7언더파 281타를 기록, 한국 여자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혼자 25승 박세리
한국여자골프는 '슈퍼스타' 박세리가 등장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박세리는 98년 5월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박세리는 같은 해 7월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도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박세리는 연장 18번홀(파4)에서 티샷이 해저드 지역 깊은 러프에 빠졌을 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속에 발을 담근 채 두 번째 샷을 날려 당시 외환 위기로 고생하던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박세리는 2010년 벨마이크로 클래식까지 한국선수 중 가장 많은 LPGA 통산 25승을 기록했고 2007년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한국은 박세리 이후 김미현(34ㆍKTㆍ8승), 박지은(32ㆍ6승), 한희원(33ㆍKB금융그룹ㆍ6승) 등이 승수를 쌓아가며 LPGA 투어에서 중심 세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박세리 키즈' 신지애와 최나연의 등장
한국은 2000년대 중반 30세를 넘긴 박세리와 김미현이 주춤하면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박세리의 성공을 보며 처음 골프채를 잡았던 이른바 '박세리 키즈'가 등장하며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신지애는 LPGA 정규 멤버로 데뷔하기도 전인 2008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포함해 3승을 올려 세계골프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2009년 LPGA 멤버로 정식 데뷔한 신지애는 3승을 올리며 그 해 신인상과 상금왕, 공동 다승왕을 차지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올해까지 LPGA 개인 통산 8승.
2010년에는 신지애와 같은 시기에 골프를 시작한 최나연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거머쥐며 LPGA에서 한국 골프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최나연은 16일 끝난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대회에서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5승째로 영광스러운 100승의 주인공이 됐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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