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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북위 35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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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북위 35도의 꿈

입력
2011.10.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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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쳐 놓고 내가 주소를 두고 살았던 도시마다 점을 찍어 본다. 경남 진해서 시작한 내 생의 좌표들은 한반도 우측 하단에 크고 작은 점을 따닥따닥 찍고 있다. 젊은 시절, 서울에 잠시 점을 찍은 적 있지만 내 인생의 탄착점은 대부분 고향 주변에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내게 모험과 도전이 결여된 성향을 보여준다. 마치 고향별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위성 같은 좌표들을 보면서 그것이 내 성격을 빼닮았다는 것을 안다. 겉으론 쾌활하고 유쾌한 것 같지만 나는 낯선 사람들의 자리에는 잘 섞이지 못한다. 익숙한 것이 내게 제일 편안하다.

어쩌다 시내에 나가면 늘 가던 커피전문점을 이용하고 식사 약속도 자주 가던 식당으로 정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입던 옷이 편해 어머니가 명절빔으로 새 옷을 사 줘도 잘 입지 않았다. '구글 어스'로 확인해보니 나는 지금 북위 35도 27도 부근에 산다. 그러다 내 인생이 북위 35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머지 내 생의 좌표도 더 이상 북상할 일이 없을 것이기에 나는 북위 35도에서 태어나 북위 35도에서 늙어갈 것이다. 북위 35도를 따라가다 보니 일본 요코하마를 지나고 유럽에선 지중해를 지난다. 은퇴하면 북위 35도 따라 세계 일주를 떠나보고 싶다. 북위 35도를 느릿느릿 따라가다 보면 나처럼 어정쩡한 누군가를 만날 것 같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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