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올해 3분기 배당을 주목하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재상고를 포기한 론스타의 한국 탈출은 어떻게 이뤄질까. 금융권에선 론스타가 고(高)배당을 통한 '출구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주가 폭락으로 7월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한 하나금융 측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론스타가 고배당을 통해 이익을 챙긴 뒤 매매가격을 깎아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유죄가 확정돼 외환은행 지분 강제 처분명령을 앞둔 론스타가 가격조정 협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3분기 고배당을 챙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은 총 51.02%. 금융당국의 강제 처분명령이 떨어지면 이 가운데 10% 초과분을 매각해야 한다. 징벌적 강제매각을 통해 시장가격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금융당국은 법적 미비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현재로선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체결한 외환은행 지분매각 계약이 승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법적으로 론스타가 가격 재협상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 한국을 탈출하려는 론스타 입장에서 외환은행의 주가 폭락을 무시한 채 기존 계약만 고집하기는 쉽지 않다. 또 하나금융을 제외하고 다른 인수희망자를 찾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하나금융과의 협상이 깨졌을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강제 처분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론스타가 3분기에 최소 수천 억원의 고배당을 챙긴 뒤 이를 차감한 가격으로 하나금융과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권이 올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연말 하이닉스 매각이익을 포함하면 론스타의 고배당 여건도 형성됐다는 평가다.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지난 12일 재상고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 전 대표는 분기 배당 결정권을 가진 외환은행 이사회의 9명 이사 중 1명이다. 유 전 대표가 재상고를 포기했다면 형이 확정돼 외환은행 이사직이 박탈된다.
그러나 유 전 대표의 재상고로 론스타는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등 론스타에 우호적인 기존 이사진 5명을 그대로 유지,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앞서 7월 1일 유 전 대표와 래리 클레인 등 론스타 측 이사진은 외환은행 사상 최고인 9,738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론스타의 고배당을 통한 출구전략은 하나금융 측 이해와도 맞아 떨어진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체결한 인수대금은 주당 1만3,390원이지만, 14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7,750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기존 계약대로 인수할 경우 배임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론스타가 거액의 배당을 받게 되면 하나금융으로서도 인수 가격을 낮출 명분을 얻게 된다.
법적으로도 고배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 론스타 측 이사진 5명의 해임촉구 운동에 나선 참여연대 측은 "분기 배당은 이사회의 결정 사안이라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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