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하청 건설업체의 절반 가량이 대형 건설사(원도급사)로부터 어음할인료나 지연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동반성장 관련 행사를 잇따라 여는 등 겉으로는 상생 행보가 요란했지만, 여전히 불공정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도급 건설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KOSCA)가 16일 발표한 '8월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원도급사에게서 어음할인료나 지연이자를 받지 못한 사례가 49%로 7월(41%)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전문건설업 실태조사는 전문건설업 현황 및 기업경영 애로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건설협회 회원사 128개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대상으로 매월 실시된다.
또 건설 하도급 업체들의 86%가 자금 사정이 전달에 비해 악화했거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이들이 악화 요인으로 꼽은 '대금 지급 지연'도 7월 19%에서 25%로 늘었으며, 모자란 대금을 개인자금(44%)이나 은행에서 빌린 돈(42%)으로 메우고 있었다. 반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응답은 75%에서 59%로 급감했다.
발주처에서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받은 뒤 하청 업체에는 어음을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공순위 50위인 울트라건설은 2009년 오산세교 아파트 건설공사를 하면서 발주처인 LH로부터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챙긴 뒤 하도급 업체들에는 어음을 지급했다. 이 회사는 현금을 준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하도급 업체 명의 계좌로 대금 일부를 입금했다가 재인출하는 수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현금결제 비율이 100%에 가깝지만, 민간업체 일감은 90% 이상이 어음 결제"라며 "심지어 하도급 업체가 원도급사 계약 은행에서 공사대금을 빌리면 만기일에 원도급사가 갚는 방식으로 대금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만일 원도급사가 돈을 갚지 않으면 연체이자 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하도급 업체가 떠안아야 한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처가 직접 하도급 대금을 지불하는 직불제를 확대하고 불공정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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