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특허 전쟁'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핵심 무기로 꺼내든 통신기술 관련 특허 소송이 법원에 의해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소송 전략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자사 3세대(3G)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애플과 기술특허 침해 소송으로 싸워야 한다.
사실상 애플의 손을 들어준 네덜란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에 거부당한 통신기술 특허가 삼성전자의 핵심 카드였던 점을 감안할 때, 통신기술을 내세워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특허소송전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로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소송전에서 요긴하게 쓰려고 했던 통신기술 특허의 위력을 반감시킨 결과만 가져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원에 애플의 신형 아이폰4S에 대해 자사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하드웨어인 외형 디자인을 주로 내세워 파상 공세를 펼쳐온 애플에 대해 소프트웨어인 통신기술에서는 앞서 있다며 공공연히 자신감을 표출해 왔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저쪽(애플)에서 고른(선택한) 위치에서, 저쪽에서 정한 논리로 페널티킥을 먼저 찼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저쪽에서 우리 권리(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특허 관련 본안 소송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향후 애플과 진행할 소송전에서 통신 관련 특허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특허도 세심하게 준비한다면 반격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