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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석유 한 번만 팔아도 등록 취소" 정부 전면전 선포… 얼마나 심각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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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석유 한 번만 팔아도 등록 취소" 정부 전면전 선포… 얼마나 심각하길래

입력
2011.10.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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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전 한국석유관리원 조사원들이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H주유소를 급습했다. 가짜 석유를 판다는 첩보를 입수, 며칠 째 잠복에 가까운 정황조사로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다. 이 주유소는 휘발유에 톨루엔과 메탄올을 무려 45%나 섞어 그 동안 수십억원 어치나 판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관리원은 이 주유소에 대해 즉각 사업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 지난 13일 경기 양주의 D주유소. 한 차량이 기름을 넣고 있다. 1분 정도 지나자 이 차량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두 사람이 내리더니 주유소 직원에게 신분증을 꺼내 보인다. 석유관리원 조사원들로, 이들이 타고 온 차량은 기름을 넣으면 진짜 휘발유인지 가짜 휘발유인지 바로 감정이 되는 '비노출차량'이었다. 조사 결과 이 주유소는 휘발유에 다른 화학물질을 25% 가량 혼합한 유사석유를 판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가짜 석유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정부는 1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4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유사석유제품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단속기관인 석유관리원에 비밀탱크, 이중탱크 등 불법시설물 단속을 위한 시설점검권한과 가짜석유 제조·판매 등에 대한 중지명령 권한 등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사석유 발견 즉시 물품을 압수하고 공급자를 추적 수사할 수 있는 권한 등 사실상 사법경찰권에 가까운 권한을 주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또 악의적인 유사석유 취급업자는 1회 적발 시에도 등록을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단순 유사석유 취급업자에 대한 과징금 액수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젠 대대적인 전쟁을 벌여야 할 만큼 가짜 석유 판매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예전 유사석유는 도로변에서 은밀하게 판매하는 '세녹스'같은 첨가물이 사실상 전부였다. 하지만 이젠 멀쩡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에 다른 화학제를 섞어 파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런 유사석유는 더욱 범람하고, 정상 휘발유가격에 부담을 느낀 운전자들이 이런 주유소를 먼저 찾아가는 등 국내 석유유통 시장 질서 자체가 흔들릴 정도에 이르렀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모두 344개 업소에서 665건의 유사석유 판매가 적발됐다. 전국 주유소가 1만3,0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100개 중 3개 주유소가 가짜 휘발유를 쓰다 적발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드러난 것일 뿐, 실제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는 유사석유시장은 적어도 10배에 달할 것이란 게 정유업계의 시각이다.

수법도 갈수록 다양화, 지능화되고 있다. 주유소 지하에 2개의 기름탱크를 설치해 한 곳에는 진짜를, 다른 곳에는 가짜를 채운 다음 주유기를 조작해 유사 휘발유를 판매하는 유류사기 수법이 널리 횡행하고 있다.

주유소 외관만 봐서는, 운전석에 앉아서는 절대로 진짜 석유인지 가짜 석유인지 구분할 수 없다.가짜를 섞을 때 종전엔 주로 리모콘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발바닥 스위치를 이용해 이중밸브와 이중탱크를 조작하는 새로운 혼입방법도 등장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일부 업자들은 전자 계산기처럼 생긴 리모콘을 쓰기 때문에 일반 운전자들이 결코 구별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측은 이런 가짜 휘발유를 통해 막대한 폭리를 취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유사석유은 원가가 리터당 600원 정도다. 100원 정도의 유통마진을 붙여도 세금이 없기 때문에 700원 밖에는 되지 않아 일반 휘발유의 절반 이하다. 이를 휘발유로 속여 팔면 리터당 1,000원 정도의 폭리를 취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차만 잘 굴러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사실 그 잠재적 피해는 엄청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유사석유를 쓰면 연비가 20%는 떨어지고 엔진의 내구성도 약화된다. 당장 유사석유를 값은 싸고 운전자들은 별 이상을 못 느끼겠지만 연비나 내구성 등을 감안하면 결국 정상 휘발유보다 비용이 더 든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유사석유에 주로 사용되는 톨루젠, 메탄올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물질로 현기증과 구토, 신경 마비 등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화재ㆍ폭발사고도 빈번해 2002~2009년 까지 유사석유로 인해 6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실제 지난달 수원의 한 주유소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를 조사한 결과 이곳의 비밀 탱크에서 톨루엔이 혼합된 유사휘발유가 발견돼 이로 인한 사고로 결론을 내렸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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