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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정치인들 선거앞 자서전 출간 봇물…눈코 뜰 새 없이 바쁠텐데 언제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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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정치인들 선거앞 자서전 출간 봇물…눈코 뜰 새 없이 바쁠텐데 언제 썼을까

입력
2011.10.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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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대선을 겨냥한 정치인들의 자서전 출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선거 앞두고 정치인들이 홍보용으로 책 내는 풍경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게 있다. 국정을 논하랴, 지역구에서 표 챙기시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정치인들이 언제 책 쓸 시간 있었을까. 혹시 대필로 냈다면 누가 써 줄까. 팔리겠다 싶어 출판사가 내자고 했을까 본인이 내달라고 했을까.

대필해 주고 잔금 떼이는 작가도

정치인 자서전 중 상당수는 대필 작가가 쓰고 자비(自費) 출판한다는 게 출판계 상식이다. 대필 작가로 사랑 받는 부류는 무명 소설가나 방송작가. 전직 기자가 대필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무명 시절 정치인 자서전을 대필했다는 중견소설가 이모씨는 "1,000매 쓰는데 한 달 가량 걸렸다"며 "정치인의 재력과 작가의 유명도에 따라 다르지만 원고료는 대략 1,000만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설가 이모씨는 아예 국회의원의 단기 보좌관으로 취직해 자서전을 대필해 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6개월 보좌관 신분으로 자서전을 써주면 보좌관 월급으로 원고료를 대신하고 당선되면 보너스를 얹어 준다는 조건"이었다.

대필의 경우 대개 작가는 집필 전 착수금으로 원고료의 30% 정도를 받고 원고를 완성해 넘긴 뒤 보름 안에 나머지 70%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선거가 닥치면 잔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불행히도 낙선하면 이 돈을 떼먹는 경우도 없지 않다. 대필료 아끼려고 아예 보좌관들에게 자서전 집필을 맡기는 의원도 있다.

유명 정치인 자서전도 대필은 기본

거물 정치인의 자서전으로 화제가 된 책도 사실상 대필을 거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년 대선의 '잠룡'이라는 이미지까지 작용해 정치인 자서전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가교출판 발행)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구술을 받아 초고를 작성하고 문 이사장이 이를 다듬어서 나왔다. 지난해 출간된 (삼인 발행)은 김택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쓴 글을 김 전 대통령이 다시 봤다. 출간은 사후에 됐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박원순 변호사의 신간 (문학동네 발행) 역시 박 변호사의 구술을 받아 출판사 편집자가 원고를 쓰고 박 변호사가 이를 다듬었다. 아예 대필 작가의 이름을 밝히고 나오는 자서전도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책 (서울문화사 발행)은 저자가 잡지사 기자 출신의 작가 노하린(필명)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자비출판

아무리 홍보용 책이지만 좀 팔릴 것 같으면 출판사가 기획해서 낼 만도 할 것 같은데, 실은 웬만한 거물이 아니면 정치인 자서전은 대개 자비 출판이다. 초판 2,000~3,000부 정도 찍는 게 일반적이고, 제작도 흔히 알려진 단행본 출판사가 아니라 출판사로 등록한 여의도 근처 인쇄소 같은 데서 맡는다. 물론 이런 출판사가 버는 돈은 인쇄비 정도다.

유명 정치인의 책은 사정이 다르다. 어느 정도 '대박'이 보장되는데다 출판사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도 일조하기 때문에 관심 갖는 출판사들이 적지 않다. 물론 관심 있다고 다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거물 정치인 자서전 출판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출판사는 김영사. 대권 잡기 직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와 이명박 대통령의 를 냈고, 올해는 정몽준 의원의 , 이상득 의원의 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게다가 11월에는 '안철수 바람'을 몰고 왔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자서전을 낼 예정이라는 소문까지 있다. 통상적인 출판사의 기획력을 넘어서는 인적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을 출간한 가교출판 같은 경우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정해운 사장이 문 이사장 주변 사람들에게서 책 출간을 부탁 받아 내서 '대박'이 터졌다. 유명 정치인의 팔릴 만한 책이 나오는 데는 정치인과 출판사의 이런 특수 관계가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유시민, 문재인 등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화제가 되면서 정치인의 책은 읽히지 않는다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며 최근의 정치인 출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거나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책을 출간하고 있지만 책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도 "정치인들의 정치 비전, 정책이 책을 통해 검증되는 추세가 부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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