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반값등록금'이 안 되는 것이 마치 사립대의 무리한 경영과 부도덕성에 기인한 것처럼 인식되는 일련의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감사원을 통한 사립대 직무감사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 언론계, 법조계 원로들이 '나라와 교육을 걱정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감사원의 조치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교육자원은 줄어드는데 대학정원은 넘치는 공급과잉 현상을 해결한다는 명분을 걸고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분명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수급불균형 문제는 앞으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대학의 공급과잉현상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1이하로 떨어진 1980년대 초 이후 근 30년간 지속되어 온 저출산 현상이 그 원인이라 할 것이다. 아니 30년간 저출산 현상을 방치한 정부의 정책부재와 저출산이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지난 30년간 무분별하게 대학설립을 허가해준 정부의 무신경이 초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다초점렌즈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시대이다. 이미 수많은 학생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그보다 더 많은 학생이 유학을 오고 있다. 모든 대학이 스스로 국내 입학자원감소에 대비해 수년전부터 외국인 학생의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금번 구조조정 정책은 국내 고교졸업생과 대학입학정원만을 단순비교한 것으로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대학의 서열을 매겨 하위15%에 해당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면, 학생들이 그 대학을 안갈 것이고 결국 그 대학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이런 정책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겠는가. 수년 내 입학정원이 남아돌 것이 문제라면 현재 정원외로 추가모집을 허용하는 것(총 정원의 11%)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외국인 학생을 무제한으로 모집하게 허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대학에서 내국인 학생 등록금의 50%도 받지 않고 외국인 학생을 무분별하게 모집하는 내용으로 볼 때, 국내 대학생의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하위15% 대학을 고른다면서 그 대학이 사회와 국가에 끼친 해악 또는 기여하고 있는 공로 등 질적인 측면을 전혀 무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먼저 학위장사를 한다든지 등록금을 횡령한다든지 대학으로서 존재가치가 없는 대학부터 차례로 구조조정해야 옳지 않겠는가. 등록금대출제한대학이나 재정지원제한대학 등 하위15%에 속하는 대학에 대해 제제를 가하려면 대학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서 합당한 제제를 가해야 한다. 그런데 교과부는 이들 대학의 입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제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학생이 무슨 죄인가. 등록금을 은행에서 대출해 이자물고 상환하는 일상생활을 정부가 무슨 법적근거로 그 학생에게 대출을 해주지 말라고 하는가. 이것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지방대에 입학한 수도권 학생들의 상당수가 수도권대로 되돌아 가고 있다. 정부가 편입학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이며,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다니고 싶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지방대의 재학생충원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것이 지방대 잘못인가, 아니면 인구구조의 특성상 도시인구 80%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인가.
취업률이 낮은 것은 대학이 잘못 가르쳤기 때문에 낮은 것이 아니라 정부의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의 영향이 오히려 크다. 교과부는 이 같이 각 평가지표가 나타내는 현상을 모두 대학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기준을 만들어 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 누구나 스스로 잘못할 만큼만 벌을 받는 소위 비례의 원칙이 지켜지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데 솔선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학문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인 '대학자율의 원칙'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서용성 영동대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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