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부끄러운 이야기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우나 출입을 막는 나라. 이게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귀화 여성이 부산 초량동의 한 사우나를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외국인이라 에이즈에 걸렸을 수도 있고, 손님들이 외국인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게 이유였다. 인격모독이다.
그 여성은 '구수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엿한 한국 국민이며 우리의 이웃이다. 그런 사람조차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중시설조차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한다. 더 기막힌 것은 이런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규제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들과 인권단체가 입법 추진해온 인종차별금지법안은 국민들의 무관심과 종교계의 엉뚱한 해석 때문에 2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국민의식도 아직 멀었다. 전체 인구의 2%인 이주민 130만명 시대, 농촌의 경우 다문화가정이 20~30%인 시대를 살면서도 여전히 그들에 대한 지독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출신국가, 민족, 피부색으로 인해 차별을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된 진정서만 230건이다.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참고 지나가는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차별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2009년 버스 승객에게 모욕을 당한 인도 출신의 성공회대 연구교수 후세인씨 사건과 이번 사우나 입장 거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2050년이면 우리나라도 외국인 비율이 10%나 되는 완전한 다인종, 다문화사회가 된다. 현실이 이런데도 피부색이 다르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한다면 건강한 사회도, 국가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마음의 편견부터 걷어내고 진정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벌이고 있는 다문화 지원도 위선에 불과할 뿐이다. 특별대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그들도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법과 질서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와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