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총, 투표/폴 콜리어 지음·윤승용, 윤세미 옮김/21세기북스 발행·280쪽·1만5,000원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교수는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교수와 더불어 빈곤문제에 관한 세계적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삭스와 이스털리가 최빈국 가난의 원인을 서방의 탐욕으로 돌리며 제1세계의 원조를 호소한다면, 콜리어는 색다른 주장을 펴 주목을 받아왔다.
요약하자면 최빈국은 스스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능력도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을 통해 최빈국의 쿠데타를 막고 안정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출간된 <빈곤의 경제학> (살림 발행)은 이런 분석과 대안이 집약된 책이다. 빈곤의>
신간 <전쟁, 총, 투표> 는 이 책의 연장선에 있다. 저자는 1960년 이후 세계 모든 국가의 소득수준, 투표, 전쟁 횟수 분석을 통해 '소득 수준이 일정 이상인 국가에서는 민주주의가 정치적 폭력을 줄이는 데 기여하지만 가난한 국가에서는 오히려 강도 높은 위험을 증폭시켰다'고 결론 내린다. 그리고 최빈국에서 민주주의가 독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전쟁,>
우선 민주주의는 숙청과 같은 지도자들의 선제공격 수단을 무력화해 정치적 폭력을 제어하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아프리카 최빈국에서는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종족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커서 정치인의 성과가 투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독재자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폭력과 편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정치 개혁을 오히려 지연시킨다.
그렇다면 최빈국을 정치적 폭력에서 구할 방법은 뭘까. 저자는 국제사회의 '개입 전략'을 제안한다. "고소득 국가가 최빈국 국민을 위해 말라리아 백신을 제공해야 하는 것처럼, 안보와 정부의 책임성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작 <빈곤의 경제학> 의 결론과 맞물린다. 빈곤의>
저자의 대안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독자가 이 골치 아픈 주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책이 던지는 궁극적 질문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들과 어떤 세계를 살아가야 하는가.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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