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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현자는 언제나 삶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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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현자는 언제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입력
2011.10.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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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슬픔은 불쑥 예고 없이 찾아온다. 후배가 건강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뇌종양을 발견한 모양이다. 자각 증상도 없이 병이 온 것으로 봐서 양성종양으로 생각되지만, 아무 준비 없이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를 받은 섬세한 후배의 마음을 생각하면 명치 끝이 저려온다.

내게 각별한 후배여서 더욱 더 그렇다. 13년 전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나도 뇌종양 진단을 받은 환자였다. 다행히 양성 판단을 받아 두 번의 수술로 죽음의 밑바닥에서 번잡한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아직까지 나는 그 악몽 같은 기억을 다 떨쳐버리지 못했다.

몸에, 그것도 머리에 칼을 댄다는 것은 영혼에 그와 똑같은 상처의 그림자를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를 만나면 무슨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법정 스님의 잠언집 를 읽어보면 '우리가 순간순간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 순간순간 죽어간다는 것이다' '현자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픔과 고통과 병이 그렇게 쉽게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쉽게 죽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인생이다. 살아있는 동안은 누구든 자신의 삶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우울한 소식에, 늘 맑았던 하늘도 우울하다. 경쾌한 음악을 듣고 싶어 낡은 진공관 앰프에 불을 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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