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4년 만에 당의 선거운동 지원에 나섰다. 첫 일정으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지원에 나선 박 전 대표는 이날 무려 7시간의 강행군을 했다. 선거지원 방식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유세차를 타고 거리에 나서는 방식이 아닌 실업자와 근로자들을 만나 현장의 어려움을 듣는 '조용한' 행보를 택했다. 박 전 대표 스스로 '정치의 위기'라고 밝힌 만큼 현장과의 소통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겸손'과 '경청'을 선거 지원의 콘셉트로 잡았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나 후보와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는 이벤트도 없었다. 한 측근은 "서울시장 보선이 한나라당의 잘못으로 치르게 된 선거인데 요란하게 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학재, 이정현 의원 등을 제외하고 다른 친박계 의원들을 대동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나 후보와 함께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관악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젊은층의 관심사인 일자리 문제와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후보 아시죠"라며 "나 후보와 같이 듣고 같이 고민하면서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실업급여 수급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말하기 보다는 주로 참석자들의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센터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나 후보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특히 장애 아동에 대해 힘썼던 따뜻한 마음이 있다"며 "서울시정도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인근 벤처기업협회 1층 구내식당에서 가진 오찬 자리에는 홍준표 대표도 합류해 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구로구 일대 중소기업과 기계공구상가 등을 잇따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할 것은 나 후보에게 전달하고, 다른 문제는 제가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14일에는 부산 동구를 찾는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새벽부터 지역구인 동작구를 돌면서 청소 봉사를 하는 등 나 후보를 지원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날 저녁 인터넷라디오 정치풍자 토크쇼인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출연해 야권 성향의 독설가들과 입심 대결을 벌였다. 홍 대표는 토크쇼 출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출연하면 나꼼수가 아니라 '나정수'(나는 정수다)로 프로그램 이름이 바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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