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종차별, 언제까지 이대로 둘건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종차별, 언제까지 이대로 둘건가

입력
2011.10.13 17:37
0 0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이 "외국인이라 에이즈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사우나 출입을 거부당한 일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몇 차례 같은 법이 추진되다 흐지부지돼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귀화 여성인 구수진(30ㆍ본명 쿠르바노바 클리브리다)씨는 13일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부산 초량동의 한 사우나를 찾았다가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밝혔다. 구씨는 사우나 입구에서 주인과 직원에게 외국인 차별 발언을 듣고 출입을 거부당했고, 경찰로부터도 '개인 업소에서 외국인 출입을 거부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는 현행 법률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구씨를 대신해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 조사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진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01년 11월부터 올 5월까지 10년간 출신국가, 출신민족,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한 건수만 무려 230건이다. 2007년 나이지리아 출신 E(34)씨가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신분증을 요구 받았고, 2009년에는 인도 출신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29)씨가 버스 승객으로부터 "더럽다, 냄새 난다"는 말을 들은 데 이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모욕을 당해 논란이 됐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인종차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다가도 매번 흐지부지되는 점이다. 2009년 후세인씨 사건 이후에도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이 구체화되는 듯하다가 성과 없이 수그러들었다. 당시 최초로 인종차별금지법 발의를 시도했던 민주당 전병헌 의원 측은 "공청회 후 인종차별을 금지하면 동성애 차별, 종교 차별도 금지해야 하는 거냐는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대 민원에 시달려 결국 추진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시민단체들이 인종뿐 아니라 성적 지향, 학력 등에 대한 포괄적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한국만큼 인종 문제에 둔감하고 차별이 심한 사회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는 "특이한 사건이 벌어질 때만 인종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그만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고 민도(民度)가 낮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핵심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소수자 전반에 대한 차별금지기본법 제정과 인권 교육 강화가 한 특정분야에 국한된 특별법 제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