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스위스의 세계적인 명품 오디오 업체 골드문트의 국내 사무소격인 서울 청담동 디자인&오디오를 찾았다. 이들은 삼성전자에서 음향만 연구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디오 사업을 접었지만 1995년 오디오 명가 마드리갈과 손잡고 1,400만 원대 프리미엄급 오디오 '엠퍼러'를 내놓은 적이 있다. 사업 실패로 사업부는 사라졌지만 연구원들은 지금도 음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들은 디자인&오디오 시연실에서 말없이 골드문트의 1억 원대 에필로그 스피커와 1,500만 원대 메티스 스피커가 쏟아내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불가능할 줄 알았다"며 "말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놀라게 했고, 이 곳을 찾게 만들 었을까.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놀란 이유는 전문가들이 '타임 도메인'이라고 부르는 시차 없는 소리 전달 방법이다. 원래 저음 중음 고음을 같은 스피커에서 소리를 내도 특성상 사람의 귀에 도달하는 시간이 각각 다르다. 이런 시차 때문에 스피커 소리는 실제 소리와 약간씩 다르게 들린다. 그런데 골드문트의 스피커들은 타임 도메인이란 독특한 기술을 통해 무려 60여개의 유닛이 시차 없이 동시에 소리를 전달해 실제와 흡사한 음향을 들려준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골드문트에 그 비결을 물었다. 오디오를 만들려고? 아니다. TV 때문이다.
현재 LCD와 LED를 쓰는 평판TV 들은 두께가 2㎝대로 얇아지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바로 소리다. 얇게 만들다 보니 과거 브라운관TV 처럼 스피커를 화면 양 옆에 배치할 수 없어 뒤로 돌렸고, 그런 탓에 직접음이 아닌 반사음을 내게 됐다. 그만큼 소리가 명료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 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 화질 평가는 대부분 업체들이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받지만 음향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할 것 없이 모두 점수가 높지 않다.
이렇게 되면 TV의 승부수는 뜻밖에 오디오에서 갈리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주목했고, 그 해답을 골드문트에 요청한 것이다.
한국에서 연락을 받은 미셀 레바송 골드문트 회장은 12일 답을 보냈다. 디자인&오디오에 따르면 그는 ▦삼성전자의 TV 소리를 분석해 문제점을 짚어주는 컨설팅 ▦삼성전자 TV에 골드문트 로고를 함께 붙일 수 있도록 아예 기술 제휴를 맺는 방법 ▦그리고 처음부터 모두 골드문트에서 삼성전자 TV의 음향 부문을 주문제작해주는 방법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송 회장은 "방법에 따라 비용은 달라지겠지만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다"며 "우리는 아랍 부호들을 위한 요트용 오디오 등을 맞춤 설계해 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시 계약으로 새 제품을 개발하는 독특한 방식을 쓰는 골드문트는 삼성전자 TV도 이 같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측은 임원진들이 조만간 디자인&오디오를 추가 방문할 예정이다. 디자인&오디오는 이때 레바송 회장의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디자인&오디오 관계자는 "삼성전자 TV에 골드문트의 기술이 접목되는 순간 TV 업계를 소리로 압도하는 명품 TV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연 세계 TV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과연 골드문트의 오디오기술을 탑재하게 될까.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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