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전기차 빅뱅'이 일어난다.
GM(제너럴모터스)은 쉐보레 브랜드 100주년(11월3일)을 맞아 1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표 브랜드 쉐보레의 경차 스파크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를 2013년부터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미 양산형 전기차 국내 출시 계획을 밝혔거나 검토 중인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BMW, 닛산에 이어 GM까지 전기차 전쟁에 합류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스파크는 한 번 충전에 150~170㎞를 운행할 수 있는데, GM은 통근 거리가 짧은 도심 지역 거주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짐 페데리코 전기자동차 연구책임자는 "크루즈(한국), 세일(중국), 비트(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연구개발(R&D)용 전기차 운행을 통해 도심 거주자에게 차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GM에는 기왕에 LG화학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쓰는 전기차 '볼트'가 있지만, 80㎞까지는 배터리를 쓰고 이후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순수 전기차로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스파크 전기차는 GM의 첫 양산형 순수 전기차인 셈.
GM은 그러나 스파크 전기차의 배터리를 공급처로 LG화학 대신 미국 회사 'A123 시스템즈'를 선택했다. GM관계자는 "아직 생산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GM도 연구용 크루즈 전기차를 만들어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운행한 적이 있는 만큼 후보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현대기아차는 올해 말 쏘울을 기반으로 한 첫 양산형 전기차 '탐(TAM)'을 내놓는다. 2013년 양산을 목표로 한 탐에 대해 양웅철 부회장은 "모양은 쏘울과 같은 박스카지만 컨셉은 전혀 다른 다용도 가족용 차"라며 "자전거가 차 안에 들어갈 정도로 내부가 넓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내년 말까지 2,000대를 판매 목표로 정했다. 이와 별도로 기아차는 2014년, 현대차는 2015년 준중형급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르노삼성은 내년 12월 양산을 목표로 한 SM3 전기차 5대를 지난달 26일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서 운행 중이다. R&D용이 아닌 양산형 전기차를 현장에 투입 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있는 일. SM3전기차는 르노가 이달 말 유럽에서 2만 유로(약 3,100만원)에 판매하는 전기차 '플루언스 Z.E.'와 같은 모델인데 이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것처럼 대용량 배터리를 3분 만에 교체할 수 있는 '퀵 드롭'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택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BMW도 지난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4인승 전기차 'i3'를 2013년부터 양산하고, 빠르면 내년 중에 국내에 들여 올 예정이다. 현재 미국, 유럽 시장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리프'를 판매 중인 닛산도 국내 출시를 적극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 문제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등을 비롯해 대부분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힌 회사들도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
존 칼라 브레세 GM 부사장도 "소비자들이 전기차 이용을 주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충전을 제 때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라며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 인프라를 갖춰야만 전기차의 전망도 더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아 과연 소비자들이 가솔린이나 경유차 대신 전기차를 택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디트로이트=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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