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연천군의 한 야산. 산림청 직원들의 때 아닌 가을 나무심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봄철 나무심기처럼 주민이 많지는 않았지만 벼 모판 모양의 용기묘에서 묘목을 꺼내 정해진 장소에 차곡차곡 옮겨 심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산림청은 10여년 전부터 용기묘 기법을 활용한 가을 나무심기를 하고 있다. 용기묘 기법이란 묘목 재배용으로 특별 제작된 작은 분(용기)에 배양토를 넣어 비닐하우스 등에서 어린 묘목을 1차로 배양하는 방법이다. 1차 배양 덕에 가을철에 옮겨 심더라도 적응력이 뛰어나다.
'나무심기는 봄에'라는 상식을 벗어나 가을에 나무심기를 하는 것은 활착율(묘목이 제대로 뿌리박고 살아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옮겨 심는 과정에서 용기 채 땅에 심기 때문에 뿌리가 손상되거나 건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혹독한 겨울을 나면서 이듬해 적응력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 가을 활착율은 93~94%로 봄(약 92%)보다 높다. 특히 우리 대표 수종인 소나무는 봄보다 오히려 가을에 초기 생육이 활발하다. 여기에 홍수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가을 나무심기는 좀 더 세심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을 유의해야 하고, 야생동물로부터의 보호도 필요하다. 또 어린 묘목을 배양할 비닐하우스, 자동설비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해 비용이 다소 비싼 게 흠이다.
산림청 산림자원과 조준규 사무관은 "가을나무 심기는 인력 분산, 활착율 상승 등 봄철에 비해 많은 이점이 있다"며 "비용이 다소 비싸더라도 가을에 나무를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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