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과 미군에서 복무 중인 형제가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다.
형 박병욱(41) 대위는 미 1기갑사단 3여단 소속으로 3개월 전 아프간에 파병됐다. 목사의 꿈을 안고 서울신학대를 다니다 육군56사단에서 병사로 군복무를 마친 그는 대학 졸업 후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할버트 신학대학원을 나왔다. 이후 전도사로 활동하다 시민권을 받아 군종장교로 입대했다. 동생 박병민(38) 소령은 육군13항공단 500MD헬기 중대장으로, 다음 달 중순 오쉬노부대 4진에 편성돼 파병을 앞두고 있다.
형은 불치병에 걸려있다. 온몸의 혈관에 종기가 돋아 신경을 누르는 병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군 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면서 끝내 병사로 입대했다. 아버지 박봉식(67) 씨는 13일 전화통화에서 “나중에 목회활동을 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아들의 신념 때문이었다”며 “지금은 아프간에서 매일 새벽 40㎞씩 구보를 할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박 대위는 미 본토로 복귀하면 특전사에서 복무할 예정이다.
형제의 만남은 내년 2월쯤 이뤄질 예정이다. 사연을 전해들은 미군 부대장이 상봉을 주선하기로 약속했는데, 형이 헬기를 타고 15㎞ 떨어진 동생의 부대를 찾아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에 두 아들을 모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편치 않았겠지만 아버지는 의외로 담담했다. 박씨는 “어려서부터 아들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해본 적이 없다. 좀 착잡하기는 했지만 본인들이 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믿고서 말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인 그는 “나 자신도 월남전을 치르며 무수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집안의 3부자가 모두 파병용사인 셈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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