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행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FTA 발효를 위한 미국 측 절차는 사실상 종료됐다. 불문법을 따르는 미국은 추가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문서 형식으로 공포되는 성문법 체제인 우리나라는 비준안과 관계된 모든 법안의 내용을 비준안과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 발효를 위해 손봐야 할 국내 법안은 모두 25개.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등 9개 법률은 이미 개정을 마쳤고 방송법, 약사법 등 2개 법안은 FTA 발효 후 3년 안에만 개정하면 돼 당장 신경 쓸 것은 없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14개 법안 처리가 관건이다.
대표적으로 승용차 개별소비세에서 배기량별 차등세율을 단일화하는 개별소비세 개정안과 비영업용 승용차 세율 구간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지방세법이 있다. 분야별 세이프가드 도입에 따라 미국에 대해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를 적용하지 않도록 FTA 관세특례법, 공정거래법 등도 고쳐야 한다. 이 같은 법 개정사항을 미국에도 알리기 위해 입법예고기간을 현행 20일에서 40일로 늘리는 행정절차법 개정도 있다.
14개 법 개정안이 모두 통과됐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도 FTA 협정문과 일치시켜야 한다. 만약 한미 FTA 발효 이후 우리 법령이 협정문과 배치돼 기업의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관련 손실을 배상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양국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내년 1월 1일 한미 FTA가 발효되려면 최소한 이달 중 비준안이 처리되고 다음달에는 부수법안 수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가급적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8일까지 절차를 완료하겠다"면서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우리 대외 신인도 하락과 현재 진행 중인 중국, 호주 등과의 FTA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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