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과 의회는 한 목소리로 12일(현지시간) 통과된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경제에 단비가 될 것이란 기대를 표명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달리 경제계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업종별로 FTA의 명암이 엇갈리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 3개국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제무역위원회(ITC)조차 "3개국이 미국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서 상대적으로 소규모 시장"이라며 "경제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FTA 체결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액이 전체 GDP의 0.1%(144억달러)에 불과한 점을 지적하면서 "전략적 동맹 강화"라는 외교ㆍ정치적 의미에 방점을 찍었다. 한반도 전문가들 역시 한미 FTA에 대해 경제적 이익보다는 한미 동맹,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해라는 차원에서 해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지 위한 핵심"으로,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정책센터 소장은 "한미간 경제동맹의 축"으로 평가했다.
미 행정부는 한국과의 FTA에 대해 1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효과 분석은 상반된다. 미 노동계가 지원하는 경제정책연구소는 "한미 FTA로 향후 7년간 15만9,000여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7만개, 공화당이 2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계산과는 정반대다. FTA 협정이 한국기업들에게 미국 시장에 접근할 길만 열어준 것이란 미 기업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FTA 계산서에 넣기 어려운 긍정적 면이 있어 당장 경제효과를 따지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테드 오스텔 보잉사 부사장은 "FTA로 교역과 이동 인구가 늘면 항공기 제작 주문 역시 증가한다"며 'FTA 간접 효과론'을 펼친다.
이번 협정이 미 의회 내 보호주의 색채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자유무역 협정이란 점도 숫자로 따질 수 없는 성과다. 헤리티지 재단의 앤서니 킴 연구원은 "한미 FTA 효과는 단순하게 계량화할 수 없다"며 "효과는 역동적이고 다면적"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세율이 평균 80% 철폐되고, 5년 후 95%까지 사라지면서 미국 상품의 한국 수입은 크게 늘게 된다. ITC는 기계류는 연간 28억~29억달러, 화학ㆍ고무ㆍ플라스틱 제품은 27억~29억달러, 쇠고기는 6억~18억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내 수요가 증가할 유제품과 쇠고기 등 농산물 분야는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강세인 금융 보험 법률 택배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업종은 설립이 자유로워져 한국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섬유업계와 전자업계는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높아 타격을 받을 업종으로 꼽힌다. 자동차 분야는 GM, 포드 등 미국 업체가 아닌, 미국에 현지공장을 둔 일본 업체들이 어부지리로 FTA 혜택을 누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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