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의 모든 의례의식에서 한글로 된 반야심경이 독송된다. 그 동안 조계종 의례는 모두 한문 불경으로 집전돼 왔다. 반야심경은 기독교의 '주기도문'처럼 불교 의례에서 빠지지 않고 독송되는 대승불교의 근본이 되는 경전이다.
조계종 의례위원회 위원장인 인묵 스님은 13일 "올 4월 한글 반야심경 등 주요 상용의례의 한글화 작업에 본격 착수해 첫 성과로 표준 한글 반야심경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인묵 스님은 "조계종 차원에서 전국 본말사의 모든 사찰과 각 포교 신도단체 등에 표준 한글 반야심경의 시행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의 최고 대의기관인 중앙종회가 최근 의례위가 내놓은 표준 한글 반야심경을 의결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한글 반야심경 봉정식도 가졌다.
일찍이 불교계의 대표적 학승인 운허 스님이 1965년 반야심경 한글본을 만들었지만 널리 보급되지 못했고, 한글 반야심경을 쓰는 몇몇 사찰들도 각기 다른 한글본을 사용해왔다.
표준 한글 반야심경은 현장 스님의 한문본과 운허 스님의 한글본을 저본(底本)으로 삼아, 문자보다는 의미를 중심으로 번역해 불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문 반야심경의 '아눗다라삼먁삼보리'라는 표현을 '최상의 깨달음'으로 번역한 것이 대표적이다. 독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글자 수도 줄였다. 표준 한글 반야심경의 글자 수는 438자로, 운허 스님 한글본(559자)보다 121자 적다.
인묵 스님은 "앞으로 칠정례, 천수경, 불공, 상장례 한글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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