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으로 25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론스타가 대법원 재상고를 결국 포기했다. 외환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상실됨에 따라 이르면 내달 초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의 강제매각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위, 지분 강제매각 절차 진행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론스타가 재상고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법률 검토를 거쳐 내주 초 향후 일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다음달 초쯤이면 외환은행 지분 강제매각 절차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론스타 문제를 논의,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 사전통지→ 충족명령 미이행 결정→ 강제 주식 처분명령 사전통지→ 주식 처분 시작' 등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상 론스타는 6개월 안에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재상고 포기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이는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의 사전통지 과정을 거쳐 금융위가 다음달 초 주식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강제매각 방식에 대한 결정이 미뤄질 경우 이 과정이 길어질 수도 있다.
론스타의 재상고 포기 이유
론스타는 막판까지 재상고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결국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사건을 다시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간을 벌어 '가격 재협상'을 요구하는 하나금융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거나 다른 인수 후보를 물색하기 위해 재상고 카드를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세계경제 상황 악화로 새 인수후보를 찾기가 어려운데다가, 설령 후보가 나타나더라도 하나금융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받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본 것이다.
이자 부담과 환율 상승도 론스타의 '시간 벌기'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7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1조5,000억원(연 6.7%). 매달 83억7,500만원을 이자로 내야 하는 데, 매각이 늦어질 경우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이 7월에 비해 100원 넘게 상승한 것도 원화로 받은 매각대금을 달러로 바꿔 나가야 하는 론스타에겐 부담이 됐을 것이다.
"먹튀 막아야 한다" 반발도
이제 외환은행은 하나금융 품에 안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이 주식 처분명령의 범주에 하나금융의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계약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이를 승인할 경우 하나금융은 단숨에 자산규모 311조원에 점포 수 1,000개를 넘어 우리금융, KB금융, 신한금융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변수는 인수 가격 조정이다.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하나금융이 7월 제시한 주당 1만3,990원에서 40% 넘게 떨어졌다. 하나금융 측은 재협상을 통해 인수 가격을 낮추겠다는 입장이지만, 론스타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금융노조 및 시민단체 등이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먼저 판단하라고 금융위를 압박하고 있어 강제매각 방식 결정을 놓고도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론스타는 명백한 산업자본인만큼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 계약은 원천 무효"라며 "징벌적 강제매각을 통해 론스타의 '먹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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