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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입 화장품만 명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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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입 화장품만 명품인가

입력
2011.10.1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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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쇼핑을 상징하는 백화점의 1층에는 이른바 명품의류와 함께 예외 없이 수입 화장품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절대우위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백화점 이외에도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입된 화장품이 매우 고가에 팔리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주요 브랜드들은 국내의 까다로운 판매허가기준을 통과하고 많은 나라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제품이기에 제품의 안전성이나 질에 있어서 우수함을 인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명성이나 가격에 비해 제품이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인 지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상품은 사업을 위해 개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입 브랜드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과 미국의 소비자를 겨냥해 연구개발이 진행됐고, 매출비중이 매우 미미한 한국인을 위한 연구는 최근에 와서야 아시아 소비자를 위한 제품에 포함돼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일부 수입 화장품이 우리나라에서는 본국에 비해 매우 고가에 팔리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관세나 통관비용 등 판매관리비가 더해지고 치열한 한국시장에서 마케팅을 위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가격이 고가에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고 있는 외국산 수입품에 비해 국내 브랜드들의 질이 많이 떨어질까? 국내 화장품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없을까?

전자제품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제품이나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인정 받고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처럼 수입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우리나라 화장품의 기술적인 발전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 한국의 기후조건이나 환경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원료나 물을 사용하고 한국인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연구하고 여기에 의학분야와의 연계 등 다양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접목해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수입제품 못지 않은 기술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마케팅역량도 급속히 강화되고 있어 어느 면에서나 수입 화장품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축적되어 소비자의 감성적인 신뢰를 얻는 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과 일본인들이 화장품을 다량 구매하고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한국산 화장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제품의 우수함과 오랫동안 축적된 마케팅의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소비자를 넘어 다른 나라 소비자들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제품이 될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갖추었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 우리 소비자들도 제품을 구매하는데 있어 수입브랜드가 우수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넘어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꼼꼼한 평가를 통해 합리적인 구매를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과거에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뒤쳐져있을 때나 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에 선진국 제품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이어져온 수입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자신의 피부에 맞는 합리적인 제품을 위한 고민을 해볼 때인 것이다.

아울러 화장품 업체들도 수입브랜드들 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기 위한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더욱 우수한 제품과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소수의 대기업뿐 아니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한 구조적, 법률적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나 관련부처가 더욱 진지하게 고민을 할 때이다.

조진훈 웅진코웨이화장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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