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박연차(66)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두 번째 상고심에서 다시 원심을 파기했다. 첫 번째 파기환송 당시 대법원이 유죄로 확정한 조세포탈 혐의까지 무죄로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3일 뇌물공여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과 벌금 19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다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박 회장의 조세포탈 액수로, 이 부분 혐의는 둘로 크게 나뉜다. 2003~2007년 홍콩 APC법인 등을 통해 세금 242억여원을 포탈한 부분과 2005년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 양도소득세 47억여원을 포탈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첫 상고심에서 대부분의 조세포탈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2005년 APC법인 세금 포탈과 2007년 휴켐스 관련 세금 포탈의 경우만 특정해 액수를 정확히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대법원에서 유죄로 이미 확정한 2007년 APC세금포탈 부분까지 다시 판단하면서 법적인 쟁점이 다시 발생했다. 이미 채택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은 결국 2007년도 APC 세금포탈 유죄 부분을 무죄로 뒤집었고, 박 전 회장은 원심보다 110억원이 적은 벌금 190억원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 재판부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를 잘못 해석하면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사건 재판의 마무리가 다소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다만 나머지 혐의 부분은 정리가 된 만큼 (최종 선고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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