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마트. 남자 초등학생 두 명이 매장에 전시된 게임기 앞에서 넋을 잃고 게임에 몰입해 있었다. 주위에 보호자는 보이지 않았다. 몇 학년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아이가 “2학년이요”라고 하자 다른 아이가 “낯선 사람하고 말하지 말랬어요”라며 불안한 듯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들을 쫓아가 다니는 학교 등을 물었지만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만 친구 집에 있거나 마트에서 논다”고 대답하고는 줄행랑을 쳤다.
부모가 직장에 있는 대부분의 낮 시간을 홀로 또는 또래와 보내는 12세 이하 어린이들이 전국적으로 27만7,000여명(전체의 4.4%)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안전사고나 범죄에 취약한 초등학교 취학 이전(6세 이하)의 어린이도 1만3,000명에 달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여성, 아동, 고령자 등) 집계결과에 따르면, 부모나 조부모가 직접 돌본다는 응답은 생후 12개월까지 대다수(95.9%)를 차지하다가 점차 줄어들어 3세 때는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맡기는 경우(59.4%)가 가장 많았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절반 가량이 방과 후 학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부모가 직장에 나가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고 맡길 곳도 없는 가정의 어린이 27만여명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혜진 한국아동단체협의회 교육사업부장은 “정부는 계속 한정된 예산 탓만 하고 있는데 아동 성폭행 등 끔찍한 사고가 난 뒤에야 또 뒷북 대책을 마련할 것이냐”면서 “취학 여부에 따른 투트랙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모가 퇴근 후 찾으러 올 때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도록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미취학 아동들은 부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돌봐줄 수 있도록 보육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5년 새 전체 여성 인구는 늘었지만 고령화로 가임(可妊)연령 여성(15~49세)이 줄어들면서 출산력 기반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현재 전체 여성 인구는 2,415만명으로 2005년보다 2.4% 증가했지만, 가임연령 여성은 1,273만5,000명으로 2.8% 감소했다. 여성의 중위연령도 39.3세로 5년 전보다 3.3세 높아졌다.
60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34.7%)은 생활비를 본인이 마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방법은 본인 또는 배우자의 노동, 예ㆍ적금, 공적연금, 개인연금, 부동산, 주식투자 등이었다.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한다는 비율은 2005년(31.8%)보다 2.9%포인트 늘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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