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시간 주말 없이 일했는데 한달 순수입은 75만원.가족에게 죄인이 된 기분이다."(편의점주 A씨)
"내가 버는 돈, 왜 카드사가 중간에 끼어들어 떼어 먹나. 식당영업 그만둘 때 되면 한 달만이라도 카드 안 받고 장사할 생각이다."(음식점주 B씨)
서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15일에는 금융소비자 단체들이, 18일에는 음식점 주인들이, 이달 말에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거리를 '점령(occupy)'한다. 좀처럼 소리도 내지 않고 조직화도 되어 있지 않던 서민들이 이젠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게 된 것이다.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99% 공동행동 준비회의'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오후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Occupy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행사를 1박2일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월스트리트 금융자본 규탄 시위와 맥을 같이 하는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국내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전셋값ㆍ등록금 인하, 청년실업해결, 부자과세 등도 요구할 예정이다.
18일에는 음식업중앙회가 주관하는 '범외식인 10만명 결의대회'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음식점주들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의 이중고로 인한 생계위협 상황을 호소하고 신용카드 수수료인하를 강력 촉구하면서 사실상 '점심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영세자영업자들에 기반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도 18일 음식점주들의 10만인 집회에 동참하는 한편 이달 말엔 여의도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및 한미 FTA피해보상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도 열 예정이다.
그 동안 가두시위는 주로 진보ㆍ행동성향의 노동자ㆍ농민들이 주축을 이뤘지만, 이번엔 '침묵하는 다수'였던 현실 안주성향의 자영업자들이 거리에 뛰쳐나온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더구나 시위가 어떤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한계상황에 달한 생활고(음식점ㆍ자영업시위)와 부유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반금융자본 시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절박하고 그만큼 파급력도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서민들 연쇄시위의 밑바닥에는 심화되는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과도한 수출지향적 정책으로 인해 내수는 계속 위축됐고 결국 내수에 의존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것"이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수출이 최선이란 명제부터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양극화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에 더 많은 서민들이 거리로 나서, 사회통합과 안정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서민들의 체감경제상황을 보여주는) 경제고통지수가 올해 8.1%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7.8%)보다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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