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산의 인연이 네팔 카트만두까지 닿았네요."
재작년 크리스마스'광교산을 사랑하는 모임'회장이었던 장근현(55)씨는 회원들에게 "봉사 활동 한번 꾸준히 해보자"는 메일을 썼다. "봉사 활동을 연말 행사처럼 하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공무원 김장오(58)씨, 출판사 대표 최덕환(55)씨, 자영업자 윤충호(49)씨 등 10여 명이 공감했다."천사만 모여라"라는 뜻으로'천사 네트워크'라는 새 모임을 만들고 주변에 알렸다. 병원 원무과장으로 수원의 '마당발'이었던 장씨의 인맥 덕분에 회원은 눈덩이 굴리듯 늘어났다. 어느새 90여 명의 수원 시민이 참여하는 대모임이 된 '천사 네트워크'는 다음달 네팔 카트만두 공립 초ㆍ중등학교에 도서관을 짓는 결실을 맺는다.
회원들이 매달 만 원씩 낸 기부금 1,200만원이 자본금이 됐다. 열악한 상황에 있는 어린이들을 돕기로 뜻을 모았다. 작년 5월부터 수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3명을 지원해 왔고,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을 짓기로 했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하고 공교육의 질이 낮은 네팔에 회원들의 관심이 쏠렸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책 읽을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여러 NGO에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짓기 사업을 제안했다가 개발도상국 구호 단체인 코피온과 연이 닿아 공사를 시작하게 됐다.
'천사'들은 요즘 내년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도서관이 완공되는 그 때쯤 현지 봉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지금부터 10만원씩 적금을 넣자"는 말도 오 간다.
"부자만 빼고는, 없는 직업이 없어요. 야쿠르트 아주머니, 택시 기사, 공무원, 약사, 교사…. 공통점이 있다면 나누는 기쁨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뿐이죠." 장씨는 천사 네트워크의 동력이 정이라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며 따뜻한 관계를 맺다 보니 착한 마음이 절로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을 몸으로 겪은 40~50대가 많다는 점도 한 몫 한다. 회원들 사이에"한국이 가난했던 시기를 벗어날 때 받았던 외국의 도움을 개발도상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탈지분, 옥수수빵 등 원조물품을 먹고 자란 기억"이 있고 "어른이 안 먹고 자식을 먹이는 마음"을 가진 회원들에게 변변한 학교 도서관 하나 없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의 사정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을까요?" 지역과 세대를 넘어 좋은 인연을 퍼뜨리는 것이 천사 네트워크의 꿈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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