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이 지방에 있는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의 생산공장을 직접 시찰한다. 현직 감사원장이 사기업인 방산업체를 찾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감사원은 최근 방산비리 전담조직을 가동한 데 이어 원장까지 발벗고 현장 확인에 나서면서 방산비리를 근절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감사원과 방위사업청,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 원장은 경남 창원에 있는 현대로템과 삼성테크윈의 공장을 내달 초 방문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K1A1전차, K-2전차 등 지상무기 전문업체이고, 삼성테크윈은 K-9자주포를 주로 생산한다. 두 업체 모두 방산분야에서 수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이들 장비는 당초 명품무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변속기와 엔진 등 핵심부품에서 문제점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국산 무기의 신뢰가 추락했다.
양 원장은 원래 18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행사가 겹쳐 방문시점을 늦췄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정이 잠시 연기됐지만 원장이 업체를 방문하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장을 찾아 방산업계가 실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으려는 것일 뿐 감사 차원의 방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감사를 앞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감사원은 지난달 8일 경찰청, 방사청, 국세청, 관세청과 합동으로 '방산비리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고 감사원 내에 35명으로 구성된 국방감사단을 꾸렸다.
해당 업체는 물론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방산업체는 감사원 감사 대상도 아닌데 주무부처인 방사청을 놔두고 감사원의 수장이 직접 나선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사청도 잔뜩 움츠리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직접 나선 것은 우리가 더욱 강력하게 방산업체를 관리감독하라는 의도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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