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나와라."
프로야구 사상 첫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SK가 KIA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SK는 12일 광주구장에서 계속된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회 최정의 2타점 결승타와 선발 윤희상의 깜짝 호투를 앞세워 8-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1차전 패배 후 3연승의 '리버스 스윕 시리즈'를 완성한 SK는 16일부터 부산에서 정규시즌 2위 롯데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고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SK가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건 KIA 조범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3년 이후 8년 만이다. 반면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준플레이오프에서 4번(1994년, 2004년, 2006년, 2011년) 모두 고배를 마시는 징크스에 빠졌다.
SK 톱타자 정근우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23표를 얻어 2차전 동점홈런과 3차전 결승타의 주인공 안치용을 불과 1표 차(22표)로 따돌리고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정근우는 이날 4타수 3안타 4득점을 포함해 4경기에서 타율 5할2푼9리(17타수 9안타)로 맹활약했다.
12타수 무안타 최정의 대반란
SK 최정은 11일 3차전까지 12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 대행은 4차전에도 최정을 3번에 그대로 중용했다. 이 대행은 경기 전 "최정이 많이 긴장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팀 3번은 무조건 최정이다. 계속 믿고 맡기겠다. 최정에게 공이 보이면 막 돌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덕아웃에서 최정의 얼굴을 만지며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광주구장에서 타율 3할3푼3리 3홈런 8타점으로 활약한 최정은 '약속의 땅' 빛고을에서 2타점 결승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볼넷 4타점을 올리는 만점 활약으로 이만수 대행의 기대에 화답했다.
초보 이만수의 뚝심 야구
많은 전문가들은 준플레이오프 승자를 SK보다는 KIA로 예상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와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조범현 KIA 감독이 이 대행에게 한 수 지도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 대행은 단기전에서도 뚝심과 배짱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 대행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양한 작전을 펼치기 보다는 선수들을 믿고 맡겼다. 이 대행은 선수들을 향해 위엄을 버리고 친형으로 다가섰다. 경기 전 선수들의 엉덩이를 만지며 장난을 칠 정도로 선수들과 하나가 됐다. 또 경기 중에도 감정을 숨기지 않고 감독이 아닌 '치어리더' 노릇을 할 정도로 덕아웃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큰 경기를 앞두고도 선수들에게 '항상 자신있고 즐겁게 야구를 하라'는 말을 강조했다. 자신도 경기 전 선발 라인업과 선발 투수들을 언론에 공개할 정도로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이 대행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순도 크게 흔들지 않고 믿고 선택한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이 대행은 홈에서 KIA에 1차전을 내주고도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 3차전을 앞두고는 "1승2패로 밀리더라도 1차전에 등판했던 김광현을 4차전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공언을 했다. 눈앞의 성적 보다는 젊은 에이스의 먼 미래를 생각한 것이다. SK는 결국 김광현 카드를 아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됐다.
이 대행은 이날 승리 후 "선수들을 믿는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좋아졌고 타자들의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롯데만 만나면 너무 잘한다. 아마 롯데도 긴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도 우리 팀에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 조범현 KIA 감독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1년 동안 KIA 를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마지막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열심히 해준 선수들과 코 치들이 고맙다. 공격에서 부진한 것이 패인이라고 본다. 김진우는 내년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부족한 것을 하나씩 잘 준비해 내년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광주=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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