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선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표팀에 불러 놓고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이동국(32ㆍ전북)은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3차전(2-1) 후반 35분 부상한 박주영과 교체 투입됐다.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모든 것을 잊고 전북의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글을 올려 대표팀 은퇴를 암시했다. 1년 3개월 만에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벤치를 지켜 자존심이 상할 법 하다. 그러나 지난 4일 인터뷰에서 "대표팀 선발은 영광스런 일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출전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던 그가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낙담하는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선수 선발과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대표팀 사령탑이 특정 선수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소속 팀에서 잘했다고 해서 대표팀에서 붙박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동국의 선발과 기용을 둘러싼 논란은 그 자체가 아이러니다.
'조광래호'의 막내 손흥민(19ㆍ함부르크)의 부친 손웅정 씨는 당분간 아들을 대표팀 선발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주장했다. A매치에서 주전으로 기용될 수 없는 상황에서 장거리 비행을 거쳐 대표팀 소집에 응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논리다. 손흥민은 7일 폴란드전 후반 교체 투입돼 45분을 뛰었고 UAE전에는 후반 28분 지동원(선덜랜드)과 교체 투입됐다.
손 씨는 12일 독일로 출국하는 손흥민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취재진을 만나 "15분을 뛰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은 무리다. 즉시 전력감(풀타임 출전)이 될 때까지 대표팀에 뽑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씨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전화를 걸어 대표팀 발탁 거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씨의 주장대로라면 대표팀에는 풀타임 출전이 보장된 선수만 뽑혀야 한다. 점검할 대상이 있다면 불러서 테스트하는 것이 대표팀 감독의 책무다. 조 감독은 지난 2월 터키와의 친선 경기 이후 손흥민의 훈련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다.
한편 이 발언을 전해 들은 조 감독은 "손흥민 선수 부친이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그렇지만 그런 개인적 감정 때문에 선수 소집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표팀 선수 23명 모두 90분을 뛰게 할 수 있는 감독은 없다.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희생정신을 갖고 뛰는 게 국가대표팀 선수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흥민이가 아시안컵 때보다 훨씬 실력이 늘어서 이번 소집 때 칭찬을 많이 했다. 이번 시즌 경험을 더 쌓아 내년쯤이면 주전으로 충분히 뛸만한 실력이다"라고 말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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