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가득 메운 쓰레기 더미, 판자로 문을 막은 버려진 건물들, 영국 런던에서 수개월전 발생한 폭동을 미화하는 포스터들...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모습이다. 영국 BBC 방송은 그리스 여행객들의 증언을 인용, 재정위기에다 정부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그리스가 '버려진 땅'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10일 전했다.
일자리를 없어지는데, 세금은 늘어나는 경제적 고통, 여기에 치안까지 불안해지면서 그리스 국민은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재산세를 신설해 수천유로의 세 부담이 더 늘었다.
아테네 시내에서 금세공업을 하는 뮤리엘은 "국가가 몰락하면서 범죄가 늘고 있다"며 "배고픈 사람들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크로폴리스 벼룩시장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20세 청년 미키스는 "수입을 올리기 위해 세금 탈루가 횡행하고 이를 또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숨겨진 세금만 찾아내기만 해도 그리스 부채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손님 대부분이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는 것도 세금 탈루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에 이른 저녁부터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한 시민은 "수개월전까지만 해도 괜찮은 듯 했던 중산층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고, 전기나 수도요금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영자신문 '아테네 뉴스'의 드라시 페트로풀로스 편집장은 "익숙하지 않은 가난에 휩쓸리고 있다"며 시민들의 분노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유 전력 항만 수도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11일 재정긴축에 항의하는 파업에 돌입, 곳곳에서 교통이 두절되고 전기가 끊겨 일대 혼란을 빚었다. 19일에는 공공, 민간 양대 노총의 동시 총파업 투쟁이 예정돼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구제금융 실사단은 "그리스 정부의 적자감축 노력이 진전이 있지만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지 그리스 국민의 시름은 깊어질 뿐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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