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 연맹(WMHD)이 지정한 '세계 정신 건강'의 날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 받는 현대인들의 생활을 대변하듯, 전세계 우울증 환자는 1억 5,000만 명에 달하는 등 정신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어 다양한 사회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건강학적인 측면에서 청소년기는 일생 건강의 근간이 되는 육체ㆍ정신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성격 형성에 중요한 윤리ㆍ도덕적 교육의 시기인 동시에 2차 성징 비롯한 신체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체력 저하 및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육체ㆍ정신적 성장을 충분히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불규칙하고 불균형한 식사 습관으로 인하여 청소년의 비만 및 심혈관 질환 증가, 적은 운동량과 책상에 주로 앉아 있는 생활 습관으로 인해 평균 체력 약화되고, 우울증도 크게 증가했다.
청소년 건강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자 청소년 체형과 체질 관리, 자세 관리, 만성 피로 관리 등 흔히 청소년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치료와 예방책들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 눈으로 보여지는 청소년 질환은 적절한 의료진의 처방, 식습관 개선과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혼란과 불안을 온 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청소년기의 불안 의식은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거나 '그 시기면 다 한번쯤 겪는 성장통이다'라고 간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는 우울증과 자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고,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높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만큼, 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강조되어야 한다. 또한 청소년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학계, 기업, 시민 등 범사회적 관심을 물론 민관 차원에서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필자가 소속된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올해부터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청소년 자살예방과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영헬스- 청소년을 위한 생명사랑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 헬스 프로그램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전세계적으로 각국의 청소년들이 처한 건강 문제에 집중,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건강한 협업을 통해 청소년들이 향후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글로벌 사회공헌 캠페인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정신건강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또래 게이트 키퍼 양성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을 선별, 예방하는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에서 '학교'는 자살이나 우울증의 고위험군을 1차적으로 선별하고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전개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관심'과 '소통'은 청소년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청소년들의 자살과 정신건강문제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문제를 파악하고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조인희 가천의과학대 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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