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부채 절감 문제가 10ㆍ26 서울시장 보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부채 문제는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이명박ㆍ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평가와 연결되는 사안인 만큼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 진영 간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양측은 서울시의 전체 부채 규모에서부터 다른 해석을 내놨다. 나 후보 측은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 부채가 2006년 11조7,174억원에서 2010년 19조6,105억원으로 7조8,931억원 늘었다고 보고 있다. 나 후보는 서울시 전체 부채가 아닌 2006년부터 증가한 금액의 절반이 넘는 4조3,750억원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후보가 계산한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 부채 규모는 25조5,364억원이다. 박 후보는 이 가운데 27% 가량인 7조원을 임기 중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나 후보는 자산의 증감만을 기록하는 '단식부기'로, 박 후보는 자산의 증감 및 변화 과정까지 반영하는 '복식부기'로 부채 규모를 산정했다. 박 후보 측은 "정부 회계기준이 복식부기가 아닌 단식부기라고 우기는 것은 서울시 재정 현황을 분식회계로 덮어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나 후보 측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정부의 채무 관리는 단식부기로 한다"고 반박했다.
전체적인 부채 절감 대책으로 나 후보는 SH공사의 마곡지구 토지 매각 등을 통해 3조5,000억원, 어르신 행복타운 5곳을 1곳으로 축소 운영해 4,500억원, 서울 추모공원 등 종료사업 예산으로 3,000억원 등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어르신 행복타운은 이미 시의회에서 올해 예산 전액이 삭감된 사업"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박 후보는 마곡ㆍ문정지구 용지매각 등으로 3조원, 한강르네상스 등 전시성 사업 중단ㆍ조정으로 1조원, 경영 혁신과 예산 절감으로 1조원, 체납 지방세 징수와 재산 임대수입 등으로 2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나 후보 측 역시 "한강예술섬 사업은 시 재정이 아닌 민간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라고 문제점을 거론했다.
양측 모두 SH공사의 부채 감축이 서울시 부채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SH공사의 부채는 16조2,315억원으로 서울시 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후보 모두 SH공사의 경영 혁신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영 혁신의 구체적 내용이 없다"면서 두 후보가 제시한 절감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어느 부분을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이 없어서 평가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산 매각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마곡지구 매각이 현실성을 갖고 있다고 장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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