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검ㆍ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 도출 당시 잠재적인 갈등의 불씨로 남았던 '내사(內査)' 개념에 대해 검찰이 "내사도 수사에 포함된다"는 쪽으로 대통령령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 동안 "내사와 수사는 다른 개념"이라며 독자적인 내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던 터라, 향후 논의 과정에서 또 다시 충돌이 빚어질 전망이다.
11일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경찰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사의 경찰수사 지휘와 관련해 ▦기존 내사 수준 활동도 '수사'에 포함 ▦형사입건 이후 수사 착수 의무화 ▦수사기록 검찰 송부 조항 구체화 등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초안을 전날 총리실에 제출했다. 지난 6월 20일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총리실 주재로 정부 합의안이 도출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초안에는 경찰이 공무원을 입건하게 될 경우 사전에 검찰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초안의 핵심은 내사를 수사에 포함시킴으로써 수사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에선 공식 수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계좌 추적이나 참고인 소환 등을 통해 범죄혐의 유무를 검토하는 단계를 '내사'로 불러 왔다. '내사→피의자 입건→수사'의 절차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정부 합의안 가운데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와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ㆍ진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내세워 "수사 착수 이전(내사 단계)에는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초안대로 종전의 내사 활동이 수사에 포함되면 피의자 입건 시점도 대폭 앞당겨지는 셈이어서, 경찰로서는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인 내사를 진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도 내사는 '사실상의 수사'에 속한다고 돼 있다"며 "법과 원칙에 맞게 수사 절차를 오히려 현실화하는 쪽으로 정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합의안 발표 때와 달리, 이제 와서 내사 사건도 포함시켜 수사 범위를 확대하려 하는 것은 결국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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