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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애태운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용의자를 당장 법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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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애태운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용의자를 당장 법정에"

입력
2011.10.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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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라도 당장 용의자를 데려와 법정에 세우고 싶어요. 그런데 우리가 데려 오고 싶다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니까…."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당시 23세)씨의 어머니 이복수(69)씨. 아들 없던 14년의 세월은 매일 그의 얼굴을 조금씩 구겨놓고 지나갔다.

영구미제가 될 뻔했던 이번 사건은 지난 8월 유력한 용의자 아더 패터슨(32)이 미국 사법당국에 붙잡혀 재판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11일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만난 이씨는 "우리 아들이 워낙 착했으니까 결국 이렇게 범인이 잡히고 일이 잘 풀리려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미국에서의 재판 과정이 얼마가 걸릴지 모르고, 그 결과에 따라 한국으로 데려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불안해했다.

1997년 4월 3일 도서관에 가겠다며 집을 나선 조씨는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 가게에 있던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리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패터슨은 흉기소지죄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 특별 사면됐다. 패터슨은 99년 8월 검찰이 출국금지 연장을 하지 않은 사흘간의 틈을 타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씨는 "검찰이 그렇게 손 놓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며 "14년 동안 한 번도 먼저 이렇다 저렇다 사건에 대해 내게 얘기 해주는 당국자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쫓아다니고 물어봐야 답을 하고 그마저도 매번 '소재를 파악 중'이라는 말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이 '범인을 잡아달라'고 쓴 수십 통의 탄원서도 헛수고였다. 틈틈이 법무부에 전화를 해 사건 진척에 대해 묻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이씨는 "사건 담당검사도 자주 바뀌었고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며 "지난 8월 법무부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제서야 패터슨이 미국 당국에 구금됐다는 얘기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그의 소원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씨는 "용의자 둘 중의 하나가 무죄면 나머지 하나가 범인일 것 아니냐"며 "아들은 죽었는데 범인은 없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내리 딸 셋을 낳고 가진 막내아들이 조씨다. 이씨는 아직도 아들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요즘도 지하철을 타면 죄다 젊은 남자만 눈에 들어와요. 우리 중필이가 살아있다면 저 또래일 텐데 키가 저만할 텐데…."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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