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이었다. 덕아웃 한 켠에서 KIA 김진우(28)가 울고 있었다.
김진우는 당시(2006년 10월8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그 해 페넌트레이스에서 10승(4패)을 올린 투수가 1차전에 나선 것은 당연했다. 김진우는 5와3분의2이닝을 4피안타 2실점으로 막고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팀은 2-3으로 역전패. 그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2차전을 6-1로 따낸 KIA는 3차전에서 4-6으로 졌다. 지금은 동료가 된 이범호가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KIA에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경기장을 쓸쓸히 빠져 나가던 김진우는 눈물을 쏟았다. "1차전에서 더 잘 던졌어야 했는데…." 김진우는 미안하다고 했다.
5년이 흘렀다. 수염을 길게 기른 김진우가 마침내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부상과 사생활 문제로 한 동안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던 김진우가 포스트시즌에 등판하는 데는 정확히 1,729일이 걸렸다. 김진우는 이날 6회 2사 만루 때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3과3분의1이닝을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광주구장을 가득 메운 KIA팬들은 김진우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진우는 경기에 앞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충분히 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넣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중간이든 마무리든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 몫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비록 150km의 공을 던지지 못하지만 140km 초반의 공이라도 자신있게 던지겠다"며 "나 보다는 타자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경기 전 말대로 그는 마운드에서 위풍당당했다. 2사 만루 위기에, 그것도 5년 만의 포스트시즌 등판이었지만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SK 정상호를 상대로 던진 초구는 145km 몸쪽 직구였다. 정상호는 직구를 노리고 있었지만 배트가 밀렸다. 기 싸움에서 이긴 김진우는 결국 정상호를 2구만에 투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SK의 길고 긴 6회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김진우의 호투는 계속됐다. 총 11타자를 상대한 그는 10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었다. 앞서 등판한 심동섭(1볼넷)과 유동훈(1피안타 1볼넷)이 볼을 남발하다 카운트 싸움에서 밀린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총 투구수는 37개. 5년을 기다린 끝에 맛 본 성취감이었다.
김진우는 경기 후 별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자신의 호투 보다는 5년 전 그랬듯이 팀의 패배가 더 안타까웠다. 그러나 패장 조범현 감독은 "(김)진우가 차분하게 잘 던져줬다"고 김진우의 호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광주=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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