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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가면 무도회'/ 정치적 암투… 내면의 균열… 반갑다, 남성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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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가면 무도회'/ 정치적 암투… 내면의 균열… 반갑다, 남성 오페라

입력
2011.10.1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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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의 정치성이 디아스포라의 양심 선언이라면, 베르디는 통일 조국을 바라는 열혈 청년의 열정이다. 정치를 전면에 앞세운 베르디의 오페라는 뜨겁다. 스웨덴 국왕의 암살 사건에 조국 이탈리아 통일의 염원을 이입시킨 '가면 무도회'를 국립오페라단이 올린다.

지난 4월 정명훈씨의 지휘로도 주목 받았던 국립오페라단의 '시몬 보카네그라' 역시 베르디의 정치 오페라다. 그 작품이 어느 야망가의 영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무대는 음모와 배반이라는, 정치의 또 다른 속성을 부풀린다. 왕궁을 중심으로 한 차가운 대립이 감각적으로 살아 온다.

"조국의 눈물에 대한 죄 값을 받으리라. 고통을 주었듯이, 고통 받으며 죽으리라." '가면 무도회'에서 그 같은 증오는 그러나 깊숙이 침잠해 있다. 시민의 합창을 통해 "권좌에 앉은 악마의 집을 향해 새롭게 일어서라. 돌격하라"며 집단적 열망을 상징해낸'시몬 보카네그라'와 확연히 다르다.

무대 곳곳에 배치된 가면과 거울은 익명성 속에서 무수히 분열돼 가는 사회를 상징한다. 반역자들과 왕의 대립을 주요 모티브로 하는 2막은 서로 어긋난 길의 풍경을 통해 인물들의 분열과 대립을 대신한다. 한밤중의 궁궐, 왕의 처소에는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왕의 고립감을 대변한다.

검정 아크릴을 주조로 한 바닥, 유리 재질이 부각되는 기둥 등 극히 절제된 무대 위의 사물들은 거대한 연회장으로 그려진 무대가 실은 인간 상실의 현장임을 시사한다. 이 무대는 현대 오페라의 추세이기도 한 미니멀리즘을 구현, 객석의 내면과 소통하려 한다.

오페라 갈라 공연 등에서 이 작품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중견 오페라 연출가 장수동(54)씨는 정치적 상황이 변함에 따라 주인공들의 내면이 겪는 심리적 균열을 시각화하는 쪽으로 몰아 간다. "굳이 역사적 배경 없이, 어느 도시의 광장을 배경으로 해 격변에 치인 인간들을 그리겠다." 11m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도시의 이야기로 이 오페라를 치환한다는 의도다.

1막 2장 부분에서 리카르도의 죽음을 예고하는 주체로 무용수가 동원, 그의 또 다른 자아의 역할을 해낸다. 스크린을 조각 내 인물의 영상을 자르고 덧붙여 극의 진행과 그들의 심리를 암시한다. 비밀 종교 의식 같은 분위기로 치환된 무대가 정치 드라마의 긴박성과 역동성으로 이어진다. 복잡한 전개를 시각화하기 위해 세 개의 막 속 7가지 무대로 작품을 구상한 데 대한 장씨의 해석이다.

이 하드보일드에서 소프라노의 아리아는 뒷전이다. 격렬한 대립 속에서 극적인 심리의 변화, 별다른 장식 없이 대립항의 인간들이 충돌을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데에는 연출은 가급적 숨고 정의근 김중일 등 두 테너와 고성현 석상근 등 두 바리톤이 앞서야 한다는 연출자의 믿음이다. 모처럼 보는 '테너의 오페라'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마르코 발데리 지휘.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장 오페라극장. 목~토 오후 7시30분, 일 오후 5시. (02)586-5363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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