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일본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FX) 선정을 앞두고 전투기 제조 회사들의 로비전이 점입가경이다.
11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달 26일 마감된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일본을 방문, 설명회를 열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등 최종 낙점을 위한 막바지 경쟁을 하고 있다. 일본은 4,000억엔(6조여원)을 들여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차세대 전투기 40~50대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미국의 국방 예산 절감으로 경영 위기에 놓인 전투기 제조 회사들이 사업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FX 사업에는 미국, 영국 등 9개 회사가 개발중인 록히드마틴사의 F35, 미국 보잉사의 FA18,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이 공동개발중인 영국 BAE시스템사의 유로파이터 등 3개사가 신청했다. 이중 최신예 스텔스 기능을 가진 F35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다. FA18은 성능이 F35에 비해 떨어지고, 유로파이터는 미군과 연계작전 등을 펼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보잉사는 최근 "전투기의 70~80%를 일본에서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인정하겠다"는 제안서를 일본 방위성에 제출했다. 레이더, 안테나 등 기밀성이 높은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 부품을 일본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AE시스템사는 유로파이터의 거의 모든 부품을 일본에서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제공할 의사를 밝히는 등 전투기 기술 이전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담당 임원을 일본에 수 차례 파견, 제품설명회를 갖는가 하면 일본어 사이트를 개설, 홍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열린 설명회에는 데이빗 워렌 주일 영국대사가 참석하는 등 영국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보수 언론인 산케이(産經)신문은 "미국과 공동 개발해온 전투기 F2의 생산이 지난 달 종료되면서 일본 전투기 제조기술의 맥이 사실상 끊어졌다"며 "유로파이터를 도입하면 이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유로파이터 구입 지지의사를 밝혔다.
기술이전에 인색했던 록히드마틴도 경쟁회사의 로비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근 기체 조립과 일부 부품 생산을 일본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서를 제출,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전투기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 일본이 목표로 하는 2016년 인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