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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잡 시급으론 빅맥 1개도 못 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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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잡 시급으론 빅맥 1개도 못 사 먹는다

입력
2011.10.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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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의 맥도날드 종업원은 시급(時給)으로 '빅맥세트'를 1.8개 사 먹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서울의 맥도날드 종업원은 시급으로 1개도 못 사먹는다.

'당신의 시급으로 빅맥세트를 사먹을 수 있는가?' 이 물음을 들고 한국일보가 우리나라와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일본의 '맥잡'(Mcjobㆍ전망없는 저임금노동자를 뜻하는 말)들을 만나봤다. 그 답은 한국이 가장 적은 양인 0.8개. 스웨덴은 가장 많은 1.8개였고 영국과 프랑스는 1.6개, 독일은 1.3개였다. 옆 나라 일본도 1.2개를 사먹을 수 있는 정도의 시급을 받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여력이 되는 기업들조차 임금상승을 억제해 임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노동자가 많다. 이런 1차 분배 구조의 왜곡은 복지를 논하기에 앞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일보가 '맥잡의 시급'이라는 열쇳말을 들고 6개국을 취재한 이유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맥도날드 지점에서 일하는 남성 점원 이민형(21ㆍ가명)씨가 받는 시급은 4,320원이다.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다. 맥도날드의 인기메뉴인 빅맥세트의 가격은 5,200원(점심세트는 3,900원)이다. 빅맥세트를 파는 이들이 정작 자신의 시급으로 빅맥세트 하나도 사먹을 수 없는 게 우리의 노동 현실이다.

그렇다면 복지선진국 유럽은 어떨까. 독일 베를린의 미테 지역의 맥도날드 점원인 메이에라 부르가스(35)씨는 올해로 13년째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다. 주 4일, 하루 8시간씩 일하고 그가 받는 돈은 시간당 7.5유로(약 1만1,900원)다. 독일은 지점마다 메뉴의 가격이 다른데, 이 지점의 빅맥세트는 5.99유로(약 9,500원). 그의 시급은 이를 사먹고도 1.5유로(약 2,400원)가 남는다.

영국 런던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번화가인 옥스포드 스트리트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만난 25살의 한 점원은 "주당 40시간씩 일하고 시급 6.5파운드(약 1만1,800원)를 받는다"며 "관리자의 평가에 따라 1년에 2~3번씩 임금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파는 빅맥세트 미디엄은 4.09파운드(약 7,500원), 라지는 4.39파운드(약 8,000원)였다.

내년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최소한 5,410원(월 113만690원)은 돼야 한다"는 노동계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4,580원으로 '날치기' 처리됐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빅맥세트 하나도 사먹을 수 없는 수준이다.

기업들이 줄 돈이 없어서 임금을 적게 주는 것도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기업소득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급여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기업이윤과 근로자임금간 분배격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기업의 이윤과 임금 간 격차확대는 내수부진이나 가계부채 문제 등 최근 우리나라 주요 경제현안의 직간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파리ㆍ스톡홀름=이왕구기자 fab4@hk.co.kr

베를린ㆍ런던=김지은기자 luna@hk.co.kr

서울=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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