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낮 12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음악미술대 건물에 자리잡은 식당에 자리를 얻지 못한 학생손님들이 문 밖에 10여m나 늘어섰다. 여느 학생식당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곳을 학생들이 찾은 이유는 싱싱한 채소가 곁들여진 채식뷔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식당 안쪽 배식대에 칸칸이 놓인 현미콩밥과 느타리 버섯볶음. 연두부, 쌈 다시마 등 10여 개 반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법대 4학년 양지연(23)씨는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영양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 채식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에 고기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채식당이 처음 생긴 이후 올 6월 동국대, 8월에 서울대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연세대에서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중심으로 학생식당 내에 채식식단 마련을 구상 중이다. 대학이 밀집한 신촌 등에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5,000원대의 채식 전문 레스토랑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학가의 이러한 채식바람은 건강ㆍ환경 혹은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육식과 거리를 두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교 당국에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 채식동아리 '콩밭'회장 강대웅(30)씨는 "기존의 학생식당에서는 일주일에 하루 채식식단이 나오지만 비빔밥 등 천편일률적인 것들이 많았다"며 "생협 사무국에 메뉴개발 및 채식 도입을 위한 이벤트를 건의하는 등 노력 끝에 전문 채식식당을 개설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지만 호응은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다. 채식주의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학생, 외국인학생, 외부인까지 다양하다. 이슬람 교도인 터키인 유학생 부시라(23ㆍ서울대 식품영양학과2)씨는 "학생식당에서 이슬람식 조리법을 사용하지 않은 고기가 나오면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동국대 채식당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찾는다는 직장인 문기현(42)씨는 "외부에서 점심약속이 있을 때 이곳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생협 관계자는 "외부의 채식주의자 모임이 정기적으로 이 곳을 방문해 먹기도 한다"며 "하루 손님 150여명을 예상하고 문을 열었지만 최근에는 24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 학생식당이 3,000원 전후인 데 반해 5,000원을 웃도는 높은 가격이어서 가난한 학생들이 이용하기에 부담이 되는 게 문제다. 동국대의 채식당 위탁 운영업체인 아워홈의 이상민 팀장은 "뷔페식이라 식재료비가 만만치 않아 7,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주문식으로 할 수 있지만 메뉴를 다양하게 만들 수 없는 단점이 있어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서울대 2호점은 3,000원짜리 세트메뉴도 제공하고 있다.
전국대학생 채식인 모임 '아카베지'의 이원복 대표는 "채식은 단순히 식도락의 측면을 넘어 개인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감안, 학교측에 일정부분 비용을 부담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김현우기자 hyunwoo7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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