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 한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의 9부 능선을 넘고, 한쪽은 탈락 위기에 몰린다.
이만수(53) SK 감독대행과 조범현(51) KIA 감독이 벌이는 '지략 시리즈'가 3번째 판에 돌입했다. 2차전까지 1승1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11일부터 KIA의 홈인 광주구장에서 운명을 건 3, 4차전을 벌인다. 두 팀은 올해 정규시즌에는 빛고을에서 5승5패로 팽팽했다. 지난해까지 5전3선승제로 치러진 4차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였다.
서재응 VS 고든 '3차전을 잡아라.'
SK와 KIA는 3차전 선발로 각각 고든(33)과 서재응(34)을 예고했다. 올시즌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마운드의 '마당쇠'구실을 한 서재응은 올시즌 8승9패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올해 SK전에서는 4차례 나섰고,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는 2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93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홈인 광주구장 성적은 2승3패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45.
서재응에 맞서는 고든은 지난 7월 SK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시즌에서 6승4패에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고, KIA전에는 딱 한번 등판해 6이닝 2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를 펼쳤다. 둘은 뉴욕의 '라이벌'빅리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든은 올해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10과3분의2이닝을 던지며 1패에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28승 투수인 서재응은 1997년 데뷔해 2002년 빅리그로 승격된 뒤 2006년 LA 다저스로 이적하기 전까지 약 8년간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 메츠에서의 빅리그 성적은 8승2패에 평균자책점 2.59.
'감' VS 데이터
이 대행의 오버액션은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안타나 홈런이 나오면 '어퍼컷 세리머니'는 기본이고, 펄쩍펄쩍 뛰어오르기도 하면서 감정을 맘껏 드러냈다. 반면 '조갈량' 조 감독의 포커 페이스는 여전하다. 벤치에 앉아 시종일관 큰 표정 변화 없이 경기를 주시한다.
1, 2차전에서 드러났듯 이 대행은 데이터나 교과서적인 용병술보다는 자신의 '감'을 앞세운다. 실제로 이 대행은 2차전 1-2로 뒤진 7회 KIA 김상현을 시작으로 오른손 타자가 줄줄이 나옴에도 왼손 박희수를 등판시켰다. 소위 '왼손에 왼손'의 법칙을 무시한 파격이었다. 또 2경기 연속(1차전 최동수, 2차전 안치용) 대타 홈런을 끌어냈다.
조 감독은 여전히 치밀한 계산과 두 수 앞을 내다 보는 용병술을 보였다. 2차전에서 제구가 불안했던 한기주를 4이닝 동안 밀어붙인 것은 남은 시리즈를 대비한 포석도 깔려 있었다. 정규시즌에서도 장기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만만디'행보를 보였던 조 감독의 계산은 '4차전 승부'에 맞춰져 있다.
부활한 해결사 최희섭 VS 박정권
3차전은 KIA 최희섭(32)과 SK 박정권(30)의 해결 능력이 관건이다. 둘 모두 정규시즌 막판 부진했는데 최희섭은 2차전에서 마수걸이 홈런포로 부활의 날갯짓을 했고, 박정권은 고의 4구 2개를 얻어낼 만큼 상대팀에는 무서운 존재로 다시 부각됐다. 조 감독은 "최희섭이 살아나야 팀이 강해진다. 앞으로도 믿고 기용하겠다"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을 사나이' 박정권은 특히 큰 경기에서 강점을 드러내며 코칭스태프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을 올리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이 대행은 "박정권은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다"고 칭찬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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