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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이렇게 보완하자/ (중) 정부 피해대책 충분한가

입력
2011.10.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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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작물값 피해 보전 직불제 시행 실적 0… '무늬만 대책' 남발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은 수출 대기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농ㆍ어민과 영세 자영업ㆍ서비스업 등에는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 당연히 이들 계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책이 나오기 마련. 하지만 2004년 칠레와의 FTA 체결 이래, 정부의 피해대책은 늘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한미 FTA를 맞아 정부가 대폭 보강했다는 대책에도 역시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업계는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분야별로 짚어봤다.

농ㆍ축ㆍ수산업 대책 실효성 논란

정부의 한미 FTA 피해대책은 농ㆍ축ㆍ수산업 분야에 집중됐지만, 농ㆍ어민들의 불안감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에 비해 워낙 뒤떨어진 농ㆍ어업 경쟁력도 문제지만, 많은 가짓수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적지 않은 탓이다.

최대 취약 산업인 축산 분야에선 축사시설 현대화와 생산비 절감을 통해 양돈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 제시됐다. 2009년 현재 어미돼지 1마리가 1년간 낳아 출하하는 새끼돼지(15.2마리)가 축산 선진국인 네덜란드(24.7마리)나 덴마크(24.5마리)의 60%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종자개량 등으로 2017년까지 25마리로 높이겠다는 것. 하지만 선진국보다 15%나 높은 생산비 절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관계자는 "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현실에서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수입사료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늬뿐인 대책도 적지 않다. 수입물량 증가로 농작물값이 하락할 경우 피해를 보상해주는 피해보전직불제도는 2004년 도입 이후 시행실적이 전무하다. 발동 요건(가격이 수입물량 증가로 평균 보다 20% 이상 하락해야 함)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올 들어 '15% 이상 하락'으로 요건을 완화했지만, 농민들은 "요건을 따지지 말고 피해 발생분 만큼 보전해줘야 한다"(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는 입장이다.

농ㆍ어가가 폐업하면 3년간 평균 순수익을 지원하는 폐업지원제도도 2016년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미국 쇠고기(관세 40%를 15년간 단계적 철폐)처럼 장기간일 경우 그 기간과 연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무조건 지원을 확대하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최선을 다한 만큼 일단 시행해 보고 추가 대책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치된 영세 제조ㆍ서비스업

많은 전문가들이 '농ㆍ축산 못지 않은 충격'을 우려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 피해대책은 농ㆍ축산에 비하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정서를 우군 삼아 '눈에 보이는' 피해보상을 꾸준히 요구했던 농ㆍ축산 단체에 비해, 중소 제조ㆍ서비스 업계는 이렇다 할 구심점조차 없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 역시 "한미 FTA 발효 이후 피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자세여서 대책 마련은 더욱 미뤄지고 있다.

제조ㆍ서비스 분야를 아우른 대표적인 대책은 2007년 마련된 무역조정지원제도. FTA의 영향으로 6개월간 매출 또는 생산이 전년보다 20% 이상 감소할 경우, 업체당 30억원 한도로 시설ㆍ운전자금 용도의 저리융자를 해 주고 컨설팅 자금(업체당 2,400만원)도 지원해 준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사업이 어려워져 다른 업종ㆍ품목으로 전환할 경우 융자, 컨설팅, 유휴설비 거래 알선 등을 지원하는 사업전환지원제도 있다. 결국 '조금 더 버틸 자금을 대줄 테니 군살을 빼라'거나 '아예 다른 업종을 알아보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마저도 요건이 까다로워 받기가 너무 어렵다. 2004년 한ㆍ칠레 FTA 이래 무역조정지원제도로 자금을 지원받은 업체는 7곳, 액수는 17억9,800만원에 그쳤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제품 특성, 유통경로, 품목 개요 등 13개 서류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심사기간도 두 달이나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드는 6개월 동안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제약 매출에 의존하는 제약업계의 위기감이 높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연구ㆍ개발(R&D) 투자를 늘리겠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R&D 강화, 신약개발 역량 배양 등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기 앞서, 실제 기업들이 생존할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개방 정도가 덜 해 이미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통해 기초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게 대책이라면 대책"이라며 "당장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서비스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박민식기자

■ FTA 문제 조항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가운데,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불평등 조항의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 반대세력이 지적하는 독소조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개성공단 제조상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 싱가포르나 유럽연합(EU)과의 FTA에선 개성공단 제조상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미 FTA 협정문에는 FTA 발효 1년 이후 양국이 '한반도역외가공위원회'를 소집해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특혜관세 혜택 부여 조건과 기준을 협의토록 규정했다. 따라서, 최소 1년간은 개성공단 제품을 국산으로 인정받아 특혜관세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그 사이 개성공단 제품이 FTA 관세혜택을 받으려면 미국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리먼 사태를 불러왔던 미국의 파생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도 어려울 전망이다. 서비스 분야 협상 때 네거티브 리스트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협정에 적시한 특정 상품 이외에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분야 조항은 공적 퇴직연금제도와 법정 사회보장제도를 제외하고 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금융거래에 적용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미 FTA 체결로 개방된 조항은 다시 체결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역진방지조항(ratchetㆍ래칫)'도 마찬가지. 이 조항이 발효되면 정부가 공공정책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치아 보험을 민영화한 후 미국 보험업체가 관련 상품을 내놓는다면 정부가 이를 다시 국민건강보험에 편입시키기 어렵게 된다.

투자자ㆍ국가재소권(ISD)은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이 직접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 교역기구에 제소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미국의 한 택배 회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캐나다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낸 적이 있다. 자칫 미국 투자자의 손해를 우리 정부가 보상해줘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 이전 FTA 효과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는 유럽연합(EU) 27개국을 비롯해 모두 44개국. 앞선 FTA의 효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전반적으로 교역량이 크게 늘었으나,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나라별로 들쭉날쭉했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효과와의 차이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ㆍ장기 예상 효과'와 '단기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대시장인 EU와의 FTA는 지난 8일로 발효 100일을 맞았다. 초반 눈에 띄는 변화는 수입의 급격한 증가. 발효 이후 3개월간 수출은 1년 전보다 1% 늘어난 데 비해, 수입은 21%나 치솟았다. 무역흑자도 31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급감해 당초 '15년간 연평균 3억6,000만달러씩 흑자가 늘 것'이라던 정부 예상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는 "유럽의 경기침체 영향"이라는 입장이지만, "흑자 증가를 기대한 당초 예상부터가 장밋빛이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FTA 체결국인 칠레와의 교역량은 2004년 이후 287%나 급증해 FTA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연간 3억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자신했던 정부 예상과는 달리, 무역수지는 7년 연속 적자상태(누적적자 89억달러). "수입량의 70%를 점하는 동(銅) 제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는 정부 해명에도 불구, "잘못된 FTA 협상의 대표적 사례"(박주선 민주당 의원)라는 비판도 높다.

반면, 싱가포르(2006년 발효), 아세안(ASEANㆍ2007년), 인도(2010년)와는 FTA 체결 이후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 올 8월 FTA가 발효된 대(對)페루 무역수지는 한달 만에 수출이 114% 급증하면서 2,9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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