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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동상 상할까봐? 경찰 24시간 과잉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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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동상 상할까봐? 경찰 24시간 과잉 보호

입력
2011.10.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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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24시간 내내 1시간마다 순찰을 돌고 있다."

6일 오후 10시 서울 남산 일대 순찰에 나선 경찰이 중구 장충동 자유총연맹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지난 8월 이곳에 세워진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살펴보러 온 것이다. 경찰은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는 금빛 동상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사한지 샅샅이 살펴본 뒤 순찰함에 점검 표시를 했다. 벌써 한 달 넘게 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경찰이 부산을 떠는 동안 수상한 낌새가 있기는커녕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았다. 경찰이 동상 지키기에 나선 이유는 뭘까.

지난 8월25일 제막식에 참석했던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의 차량이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진보단체 회원들이 던진 물병에 맞는 봉변을 당한 후 서울 중부경찰서는 발칵 뒤집혔다.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서장에게 서면 경고했고, 경비과장과 정보2계장을 경질했다. 다음날 새로 온 경비과장은 남산을 관할하는 파출소와 지구대에 '이승만 동상을 잘 지키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그때부터 '과잉 보호'가 시작됐다. 지난 추석 연휴까지 동상 주변에 전ㆍ의경이 배치되어 경비를 섰고, 그 뒤에도 세 군데 파출소ㆍ지구대 경찰이 교대로 순찰을 돌고 있다. 제막식 후 자유총연맹에서 동상 주변에 폐쇄회로TV도 4대 설치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순찰차가 동상 앞에 서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 자유총연맹 예식장의 한 직원은 "새벽 근무 때 지나가다 경찰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왜 이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경찰 내부에서도 불만이 흘러 나왔다. 이승만 동상이 공공재산도 아닌데다 주변이 우범 지역이 아니어서 24시간 순찰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부서 경비과장은 "방범 취약 지역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그것을 입증할 자료가 있냐"는 질문에 "순찰 경로를 정할 때 범죄율 같은 통계에 의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8일 저녁 만난 자유총연맹 경비원과 주차장 관리 요원은 "여기서 범죄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경비과장과 통화한 7일 저녁 이후 중부서는 급하게 순찰 지시를 철회했다. 9일 만난 자유총연맹 경비원은 "순찰차가 어제부터 안 왔고 순찰함도 가져갔다"고 말했다. 경찰이 하룻밤 사이 방범 취약 지역이라는 판단을 바꾼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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