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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전국체전에 온 해외동포 선수들/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한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어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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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전국체전에 온 해외동포 선수들/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한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어 출전"

입력
2011.10.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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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충장근린체육공원. 흰색 유니폼을 입은 괌 대표팀과 노란색 유니폼의 뉴질랜드 대표팀의 축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12개 참가팀 중 독일 중국 필리핀 일본의 4강 진출이 확정돼 메달과는 무관한 경기지만 선수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달리며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조기축구팀이 주로 이용하는 조그만 구장에 응원단은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엄연한 전국체전 경기였다.

전ㆍ후반 30분씩 1시간의 경기가 끝나고 종료 휘슬이 울리자 뉴질랜드 팀은 환호성을 질렀다. 뉴질랜드의 4대 0 대승. 휴가를 내고 뉴질랜드에서 날아왔다는 조형준(25ㆍ변호사)씨는 "고국을 더 알고 싶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체전에 참가했다"며 "초등학교 1학년 때 뉴질랜드로 떠났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12일까지 계속되는 제 92회 전국체전에서 각국에서 온 해외동포 선수들이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엘리트 체육 위주인 국내 팀들과 기량을 겨루기는 힘겹지만 해외동포 부문 종합 1위를 향한 승부욕은 어느 누구 못지 않다.

전국체전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7개국에서 해외동포 선수단과 응원단 1,243명이 참가했다. 가장 많은 선수단을 파견한 일본(154명)을 비롯해 중국(128명) 필리핀(96명) 미국(114명) 호주(89명) 독일(87명) 선수들이 고국 땅을 밟았다.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12명)와 브라질(11명)에서도 선수를 파견했다.

이들은 축구 테니스 볼링 골프 등 단체경기 7개 종목과 수영 검도 사격 유도 등 개인경기 4개 종목에 출전했다. 축구 테니스 볼링 골프 탁구 스쿼시 태권도 종목은 해외동포들끼리 겨루는 그들만의 '미니 올림픽'을 방불케 한다. 생활체육 위주인 해외동포 선수들의 기량이 국내 전문 팀과 차이가 많아 그들만의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이들의 한국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체육회에서 쥐꼬리 만한 지원이 있지만 수백 만원에 이르는 항공비와 숙박비, 식비 등 많은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의 경우 항공료만 개인당 3,000달러(한화 약 350만원)씩 내고 32시간이나 걸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에 메달을 딴다고 지원금이 나오거나 어떤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2주일 가까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인이니까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고 했다. 김규석(63) 아르헨티나 선수단장은 "내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할 수 있고, 한국민이 우리 해외동포들도 똑같은 한국인이란 것을 알아준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승패와 금ㆍ은ㆍ동메달 색깔을 떠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해외동포들과 달리 국내의 관심은 저조하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에서 해외동포 스포츠와 애국심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인 장익영(뉴진랜드 선수단 총무)씨는 "선수들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인이라서 체전에 참가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온다"며 "선수들과 가족, 응원단 수 천명이 매년 찾아오는데도 썰렁한 관심과 열악한 지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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